명상, 과학·현대의료와 손잡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트스마일 명상은 ‘지금 이대로, 있는 그대로’ 온전한 자신과 세계에 대한 체험적 이해를 일으키는 대승불교 및 선불교의 수행법을 바탕으로 한다. 사진은 이 명상 중의 한 자세. 하트스마일명상연구회 제공

명상의 과학화에 앞장서온 미산 스님(상도선원장)의 명상법이 카이스트와 하버드의대 명상연구소에서 연구·활용된다. 또 국내에서 처음 정신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대한명상의학회(회장 채정호·가톨릭의대 정신과 교수)가 창립돼 현대 의료에 명상치유의 공식적인 도입 기반을 다진다. 현대인들의 각종 정신질환 치유에 효과가 입증된 명상은 불교의 전통이 오랜 우리나라가 깊이와 노하우를 갖췄지만, 과학화와 의료에서 실제적 활용은 서구 국가들이 선도해 왔다. 국내에서도 명상의 과학화와 함께 현대의료의 활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하트스마일’ 융합연구… 매뉴얼 등 표준화

카이스트,명상과학연구소 설립
10월엔 하버드대와 업무 협약

◇미산 스님의 ‘하트스마일 명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산(사진) 스님은 명상의 과학화를 위한 융합연구를 수행할 목적으로 카이스트가 내년 6월 설립하는 명상과학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참여한다. 카이스트는 이 연구소의 재원을 지원할 (재)플라톤 아카데미와 지난달 31일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출가한 조계종 스님으로 옥스퍼드대 철학박사이며,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낸 미산 스님은 수행과 학문적 연구를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명상연구소 소장의 적임자라 할 수 있다.

미산 스님은 ‘자애 명상’을 기반으로 하는 ‘하트스마일 명상’(Heartsmile Meditation)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에서 집중수행을 지도해왔다. 자체 연구회를 만들어 효과를 검증하는 과학적 연구를 했고, 그 결과가 국내외 유수의 학술지에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하트스마일’은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중국에 상표로 등록돼 있다.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는 하트스마일 명상을 기반으로 관련 분야와 융합연구를 하게 된다.

미산 스님은 “종교적·신비적 요소를 배제하고, 그 매뉴얼과 효과를 표준화하는 게 명상 과학화의 요체”라며 “앞으로 융합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카이스트가 하트스마일 명상을 국내에 연구·보급하는 홈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도 “우리 대학이 지난 50년간 많은 성과를 올렸지만, 앞으로 뇌 인지과학 등 정신 분야와 융합해 4차 산업 시대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명상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고 포부를 밝혔다. 명상의 과학적 접근과 연구는 근래 미국 하버드대·스탠퍼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산 스님은 하버드의대 명상연구소(Center for Mindfulness and Compassion)에서도 이 명상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해외 진출의 센터 역할은 이 연구소가 하게 된다. 미산 스님은 “오는 10월쯤 하버드 명상연구소와 MOU를 맺는다. 하트스마일 명상 지도자 수업과 이를 바탕으로 한 명상 시의 신체, 뇌파, 호르몬 변화 등 과학적 검증과 논문이 나오면 2∼3년 뒤부터 본격적인 보급에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미산 스님은 “국제표준에 맞추려면 용어는 물론 서양인의 신체조건, 문화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2박 3일 집중수련에 무리 없이 적응하지만, 서양인의 경우 24시간 정도에 그쳐 수련 매뉴얼 등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미산 스님은 “하버드 명상연구소를 플랫폼으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과 중국 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에 명상 도입… 보험적용도 추진

9일 대한명상의학회 공식 출범
학문위상 갖추고 국내 첫 보급

◇대한명상의학회 창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명상의학회는 대한의사협회 후원으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학술대회 및 창립총회를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2013년 명상의 정신과적 응용을 공부해 오던 대한명상의학연구회가 만들어졌는데, 이번에 ‘학회’라는 형식을 띠고 확대, 개편된 것이다. 국내 현대의료 분야에서 명상이 정식 학문적 위상을 갖춰 보급을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다.

학회의 회장을 맡은 채정호(사진) 가톨릭의대 교수는 “아직 체계적인 학습 방법이 확립돼 있지 않은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최대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고, 임상 현장에서 정신과학적 응용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실제적인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2년여의 연구성과 축적을 토대로 의사협회의 정식 학회로 등록할 계획이다. 이날 창립식에 추무진 의사협회 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한다. 현재 회원은 60명 정도로, 앞으로 정신과 분야뿐 아니라 명상을 적용할 수 있는 타 분야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93년 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OAM)가 명상연구에 공식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졌다. 매년 1200여 편의 명상 관련 논문이 심리학이나 의학 학술지 등에 발표된다.

얼마 전 방한한 마음챙김 인지치료(MBCT)의 창시자인 마크 윌리엄스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MBCT가 영국국립임상보건원(NICE)으로부터 우울증 치료의 1차 처방으로 권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선 명상치료가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치료 분야에서 의료보험 지원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한명상의학회도 명상의 의료시스템 진입을 목표로 한다. 학회의 이병철 총무이사는 “이미 서구에서 1979년 매사추세츠대 병원 존 카밧-진 박사의 불교 명상법을 이용해 개발한 마음챙김 스트레스 감소술(MBSR) 프로그램 이후 적지 않은 연구성과가 축적돼 있어 명상치료의 국내 보험 적용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정신과에서도 명상치료를 이용하는 전문의들이 적지 않다”며 “국내에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학회의 설립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명상 연구와 적용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창립 학술대회에서는 ‘정신과 임상 영역에서 명상의 적용’을 주제로 ‘전문정신병원에서 명상치유 경험’(신경철·성안드레아병원),‘탈북민의 우울, 불안 증상과 명상’(전진용·국립정신건강센터) 등의 발표와 종합토론이 펼쳐진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