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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7일(木)
4차 산업혁명 실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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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경제 분야는 총 26개다. ‘더불어 잘 사는 경제’란 제목의 경제 분야 국정과제는 다시 5개 전략으로 나뉜다. 각각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경제, 공정 경제, 민생 경제, 4차 산업혁명, 혁신 성장의 순이다. 앞쪽 3개 전략은 소득(임금) 주도 성장으로 불리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총수요를 확장해 경기에 자극을 가하자는 포스트 케인시안의 주장이다. 대통령 취임 후 넉 달 동안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법제화, 갑질 근절 등 관련 움직임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진행되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이 적응하는 데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다. 그런데 뒤쪽 2개 전략의 추진 속도는 거북이걸음이다. 주류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미래 일거리 창출과 밀접한 이들 항목은 아직 가시적인 실체를 볼 수가 없다. 과연 4차 산업혁명과 혁신 성장에 대한 의지는 있는지, 아니 최소한의 이해라도 있는지 걱정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대통령령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학계와 업계는 “용두사미”라며 장탄식을 했다. 위상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총리급으로 한다던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내려갈 모양이다. 경제·교육 부총리 포함, 국무위원 15명, 민간인 15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하겠다던 약속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4명만 참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뺀 나머지 25명은 모두 민간 위원으로 낙착됐다. 급회전의 이유를 묻자 “4차 산업혁명은 민간 주도가 맞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게다가 출범을 눈앞에 두고도 4차산업혁명위원장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등 위원회 공화국 조짐을 보이는 이번 정권에서 4차산업혁명위가 앞으로 어떤 대접을 받을지 걱정된다.

혁신 성장도 걱정이다. 20조 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다루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임명 나흘 만에 부적격 비판 때문에 자진 사퇴했다. 낙마 후 새로 채운 과기혁신본부장은 행정 경험이 전무한 기초 과학자다. 오래 비어 있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에는 40대 교수가 후보자로 지명됐다. 벌써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 주도의 창업과 혁신성장’ 업무를 진두지휘해야 할 주무 부처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것이다.

일자리 만들기에 올인하겠다는 정부의 방향 설정은 옳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줄여 한 사람 일 두 사람 하기,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기 같은 사상누각 일자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과거에 없던 새 일거리를 창출해야 새 일자리도 생긴다. 이른바 슘페터의 혁신(Innovation)형 일자리이다. 창조적 파괴는 기존 갈라먹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수요를 늘려야 공급도 늘어난다는 이 정부의 경제철학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의 반복이다. 그럼 넘치는 요구(demand)를 충족시켜 줄 보급(supply)은 누가 하나. 기울어진 관심과 우선순위의 균형추를 바로잡기에 아직 늦은 시간이 아니다. nosr@munhwa.com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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