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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7일(木)
한·베트남 과거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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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베트남은 중년층에겐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노년층에겐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로 기억되는 나라다.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싸워 국군 4960명이 전사했지만, 1992년 수교 후 가장 성공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온 나라기도 하다. 부지런하고 교육열이 높아 동남아에서 가장 한국인과 비슷한 민족으로 꼽힌다. 이 때문인지 양국 간 국제결혼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 12월로 수교 25주년을 맞는 베트남에서 때아닌 ‘과거사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참전 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 경제가 살아났다”면서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는데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베트남 유학생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베트남인들의 반발이 일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홈페이지에 “한국 정부가 베트남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언행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는 논평도 올렸다. 지난 8월 26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동남아학회 연례 학술회의에 참석한 한 베트남 전문가는 “한국에서 과거 얘기를 하면 상처를 되새기게 된다는 불만이 현지에서 일고 있다”고 전했다.

노태우 정부는 베트남과 수교할 때 ‘과거를 덮고 미래를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희생이 컸던 중부 5개 성에 초등학교 40개교, 종합병원 5개를 무상원조로 건립하는 ‘무언의 화해’를 진행했다. 이용준 전 이탈리아대사는 1999∼2000년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할 때 현지 주민들을 만나며 지원활동을 주도했는데, 그 과정은 ‘베트남, 잊혀진 전쟁의 상흔을 찾아서’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요즘은 SNS를 통해 모든 뉴스가 곧바로 퍼져나간다. 정상의 발언은 그래서 더 세심해야 하고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고려도 있어야 한다. 오는 11월 하노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될 문 대통령의 한·베트남 과거사 발언이 신중해야 할 이유다. 국내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베트남 당국까지 나서 논평을 한 것을 보면, ‘과거는 과거로 접어두겠다’는 단호함이 재확인된다. 과거사 갈등이 여전한 한·일 양국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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