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비리 의혹 임원 영장 또 기각

하성용 前사장 혐의와 직접연결
檢, 이르면 11일 영장 재청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채용비리 혐의(업무방해 등)를 받는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의 구속영장이 8일 기각된 가운데, 검찰은 이르면 11일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본부장의 신병 확보가 하성용 전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궁하는 데 필수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KAI의 인사 관리 등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경영지원본부장이 수시로 보고한 최종 경영 책임자가 하 전 사장이란 점에서 이 본부장의 불법행위가 하 전 사장의 배임 혐의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원이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KAI의 인사 채용 문제는 사적 자치 문제로서 업무방해죄로 볼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또 대규모 채용 비리의 최종 책임자는 하 전 사장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아니냐는 법조계 해석에 대해서도 “최종 책임자가 하 전 사장이라 할지라도 중간 실행 주체인 이 본부장의 혐의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부(부장 이용일)는 법원의 기각 사유를 주말 동안 검토한 뒤, 다음 주초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이 본부장 본인의 인정 진술까지 확보하는 등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할 물증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아울러 이날 진행된 원가 부풀리기 관련 공모 구매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 본부장은 KAI가 T-50 고등훈련기 등 군수 장비의 전장계통 부품 원가를 100억 원대가량 부풀려 방위사업청을 속였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미 T-50과 동일 기종인 경공격기 FA-50의 해외 판매 부품 견적서 등을 확보해 위조 견적서 물증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T-50의 납품단가를 부풀려 회사의 이익에 허위로 계상한 행위 자체가 KAI에 재정상 손실을 끼친 것으로서 하 전 사장의 배임 혐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채용 비리와 원가 부풀리기, 분식회계 모두 하 전 사장이 관여했음이 인정되면 그 자체로 업무상 배임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KAI 분식회계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AI 경영 비리 중 비자금 조성과 직접 연관되는 회계사기 수사는 하 전 사장 및 정·관계 인사의 로비로 확대될 수 있는 최종 관문으로 여겨진다. 검찰은 심모 재경총괄본부장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지만 아직 특별한 혐의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