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골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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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로족’을 아는가? ‘골로족’은 ‘욜로족(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자는 사람들)’처럼 살다가는 ‘골로 간다’며,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한다. ‘골로 가다’의 ‘골로’에 접미사 ‘-족(族)’이 결합된 말이다.

‘골로족’이라는 말의 근간이 되는 ‘골로 가다’는 ‘죽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럼 ‘골’은 무엇인가? 어원사전에서는 ‘골’을 ‘관(棺)’을 뜻하는 옛말로 보고 있다. 만약 ‘골’을 ‘棺’의 뜻으로 보면, ‘골로 가다’는 ‘관 속으로 들어가다’가 된다. 죽어서야 관 속으로 들어가므로 ‘죽다’라는 비유적 의미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棺’은 한정된 공간이기에 ‘골로 들어가다’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설은 의심스럽다.

또한, 인터넷상에서는 ‘골’을 관용구 ‘고택골로 가다’에 쓰인 ‘고택골’에서 ‘고택’이 생략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택골’은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해당하는 마을의 옛 이름인데, 이곳에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고택골로 가다’에 얼마든지 ‘죽다’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고택골로 가다’에서 ‘고택’이 생략돼 ‘골로 가다’가 될지는 의심스럽다.

‘골로 가다’의 ‘골’은 ‘곡(谷)’의 뜻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죽으면 대체로 깊은 골짜기에 묻혔고 또 늙고 병들면 먼 골짜기에 버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로 가다’와 같은 의미의 관용구인 ‘고택골로 가다’ ‘북망산으로 가다’에서 보듯 ‘고택골’ ‘북망산’처럼 무덤이 있는 구체적 장소가 나온다는 점도 이 같은 설을 뒷받침한다.

골짜기로 가는 것이 죽어서 묻히기 위해서거나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기 위해서라면 ‘골로 가다’에 ‘죽다’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런데 ‘골로 가다’는 ‘뒈지다’ ‘거꾸러지다’와 같이 속된 말이어서 함부로 쓸 수 없다. ‘돌아가다’ ‘눈을 감다’ ‘숨을 거두다’ 등과 같은 좋은 우리말 표현이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