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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8일(金)
‘過慾 복지’의 종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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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위기는 부채에서 나온다. 가계든, 기업이든, 국가든 다 그렇다. 기업이나 가계 부채는 국가가 수습할 수 있다. 나라는 무너지면 끝장이다. 1997년 말 우리의 환란은 기업부채발(發)이다. 대기업 연쇄부도, 대량실업 등이 뒤따랐다. ‘가계부채발’ 예는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다. 세계 금융시장은 풍비박산 났고, 실물경제도 대공황 이후 최악이었다. 국가부채발 사례도 널려 있다. 역사상 다수 국가 파산의 주범은 포퓰리즘 광풍(狂風)이다. 그리스는 1981년부터 10여 년간 사회당, 보수당 정권 할 것 없이 ‘묻지 마 복지’를 양산했다. 물가는 폭등했고, 실직자는 넘쳐났다. 베네수엘라도 석유 판 돈으로 무상복지를 남발하다 적잖은 국민이 노상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느 나라든 경제수위 조절용 2대 병기가 있다. 통화(금리·환율)·재정이다. 각국 사정에 따라 이들을 잘 섞으면 정책효과도 극대화한다. 한데, 경기침체 때 정부는 재정부터 만지작대려 한다. 통화는 다른 나라 눈치를 봐야 하고 효과도 더디다. 역풍도 분다. 재정은 그런 고민 없이 정부가 주도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빚을 내 재원을 손쉽게 조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정이 건전해야 나라가 산다. ‘재정 유혹’에 빠진 국가는 어김없이 그리스 짝이 났다. 환란 때 외환이 바닥난 상황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을 집어넣고도 경제를 버티게 한 힘은 튼실한 재정이다.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429조 원)의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복지부문이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 데다 총 증가액 중 그 비중이 60%나 되니 분명 ‘복지예산’이다. 물론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복지 여력도 생겼다. 양극화 확대로 그 요구도 세차졌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의 복지 편중(偏重)을 마냥 비판만 할 순 없다. 현재로선 재정 말고는 다른 동력이 없으니 ‘확장재정’을 펴려는 정부 고뇌도 일면 이해가 간다.

문제는 그 속도와 방법이다. 정부는 당분간 국가채무 비율이 GDP 대비 40% 초반일 테니 걱정 말라는 투다. 그러나 남유럽국도 재정위기 직전 그 비율이 40%대였다. 현재 220%인 일본도 ‘잃어버린 20년’ 직전엔 47%였다. 과속·편법 복지를 방치했다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저성장 고착화와 초고속 고령화는 그런 우려를 키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 재정정책도 문 정부의 ‘혁명적’ 정책 봇물로 전환기 앞에 섰다. 성장과 복지를 함께 이루면서 적자재정을 크게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정부, 국회, 기업을 포함한 국민이 이 시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국가 존망이 달렸다.

복지문제를 풀어줄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성장이 당해낼 수준에서 지출을 조정해나가면 된다. 하지만 성장은 느리고 수요는 폭증하는 상황에서 그런 해법은 공허하다. 성장을 훨씬 뛰어넘는 복지 선정(善政)을 베풀려면 그 초과분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건 최후의 카드여야 한다. 한데, 문 정부는 ‘복지욕(慾)’은 넘치는데 뒷감당은 흐리터분하니 걱정이다.

정책이 성공해야 대통령도, 국민도 성공한다. 문 정부가 진정 복지정책을 옳게 해볼 참이라면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정직·정교한 중장기 ‘예산설계도’부터 만들어야 한다. 국민에게 향후 10∼30년까지의 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복지 대차대조표’를 내놓고 양해도 구해야 한다. 차변(자산)만 있고 대변(부채)은 없는 표는 금물이다.

성장을 추월하는 복지예산인 만큼 나머지 돈을 마련할 ‘속내’도 국민에게 솔직히 밝혀야 한다. 더는 여론의 군불 때기에 기대지 말고 보편증세를 하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게 정도다. 국민에게 어려움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구조개혁을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매달라고 용기 있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도, 복지도 지속된다.

지식인들도 ‘과욕(過慾) 복지’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한다. 사회가 비뚤어져도 경고음이 안 울리면 복원력 상실사회다. 예산 관료는 ‘나라 곳간은 내가 지킨다’는 과거 경제기획원 예산실 전통을 곱씹을 때다. 억지 복지에 단호히 ‘노(No)’라고 하는 결기도 보여야 한다. 국회도 한국 재정사에 남을 이번 예산 심의 만큼은 늑장·부실 구태를 접고 최후 파수꾼역을 다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이 모자람보다 못하다). 공자가 후세에 던진 이 말이 자꾸만 귓전을 때리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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