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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김만권의 멘털 노트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1일(月)
익숙한 코스일수록 ‘경계’… 샷 불안할 땐 잠시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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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 ‘징크스’

주말골퍼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장을 자주 이용한다. 어느 날 갑자기 황당하고 이해하기 힘든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자주 이용했던 골프장이기 때문에 홀의 상황이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특정한 홀에서 OB나 워터해저드에 빠지거나 혹은 또 다른 트러블샷을 한다. 다음번에는 다른 홀보다 더 신중하게 집중해 보지만 번번이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로 핸디캐퍼를 괴롭히는 현상이다. ‘징크스’ 홀이 생긴 것이다. “명색이 ‘싱글’인데…” 하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징크스가 나타나는 것은 일종의 나쁜 습관이며 이런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치 않다. 단 한 번의 경험에도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쁜 습관도 일종의 학습된 행동이다. 유기체가 어떤 행동을 학습하는 원리는 어떤 자극에 대해 반응했을 때 어떤 보상이 주어지면 그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쥐가 우연히 레버(자극)를 눌렀더니(행동) 먹이(보상)가 나왔다. 이런 현상이 몇 번 반복되면 쥐는 레버를 누르는 행동을 배우게 된다. 그 후 쥐는 레버만 보면 누르는 행동을 하게 된다.

주말골퍼 A 씨는 그날따라 샷이 너무 잘 맞아 치는 족족 핀에 붙었다. 15번 홀까지 타수를 보면 ‘라이프 베스트’도 예상됐다. 3개 홀을 남겨두고 16번 홀을 맞았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니 오른쪽으로 휜 홀이었다. 우측 언덕에 있는 나무를 넘기면 볼이 홀 가까이 간다. 잘하면 버디도 가능하다. 평소 우측 나무를 넘겼듯 다시 우측 나무를 향해 티샷을 힘차게 했다. 그런데 슬라이스가 나며 OB가 났다. 라이프 베스트의 꿈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 후 이 홀에서 자꾸 슬라이스가 나서 OB가 난다. 이것을 의식해서 중앙으로 안전하게 치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좌측으로 OB가 난다. 이 홀만 오면 ‘멘붕’ 상태가 된다. 우측 나무(자극)-티샷(행동)-OB(보상)의 연결고리가 생긴 셈이다. 징크스 홀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 OB는 보상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라이프 베스트가 의식되면서 긴장이 되었는데, OB가 나는 순간 꿈이 좌절되었기 때문에 그다음 홀부터는 긴장할 필요가 없게 된다. 즉 OB가 긴장을 줄여준 것이다.

이런 현상은 주말골퍼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프로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늘 상위권에 맴돌면서도 우승하지 못한다면 나쁜 습관에 빠진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우승하지 못한다면 자극이 무엇이고 그 자극에 따른 반복행동은 무엇인지, 그리고 보상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 후 그 자극이 있을 때 반복행동을 바꿔주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사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3년 2개월 만의 우승이다. 그동안 준우승만 12번 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였으니 최정상급 선수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승을 다투다 미끄러진 것만 12차례나 되었으니 단순히 슬럼프라고 보기도 어렵다.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준우승하는 나쁜 습관을 배운 셈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번 대회에 우승할 수 있었을까? 대회 직전, 10세 때부터 살아온 제2의 고향인 텍사스주 휴스턴이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홍수 피해를 크게 보았다. 루이스는 대회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실의에 빠진 이웃인 수재민을 위해 대회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 위해 참가를 결심했다. 적어도 루이스에게는 이번 대회 역시, 여느 대회처럼 우승을 다툰 대회라는 점은 같았다. 하지만 루이스에게 마음 한편에서는 이전의 대회와는 분명 달랐던 것.

우리가 어떤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자극-행동-보상’이라는 원리를 연결하는 고리를 끊어낼 필요가 있다. 샷이 잘 안 될 때는 골프클럽을 놓고 한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좋은 샷을 했을 때는 자신에게 보상을 주어 즐거운 기억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혹은 루이스처럼 새로운 의미로 대회에 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이 안 풀리고 스트레스로 꽉 찬 고달픈 일상을 잠시 잊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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