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時 필수’ 디젤기관차, 내년부턴 ‘필수량’ 미달

예산부족탓… 7년뒤 44대 부족

정부 부처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책임을 미루면서 전쟁 시 물자 및 병력 운반을 위해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하는 디젤기관차가 기준 수량(227대)도 못 채울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11일 나왔다.

현 상황을 타개하지 않을 경우 2018년 6대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필수 구비 차량 규모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44대가 부족한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들이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용기(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월 당시 올해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토부가 요청한 디젤기관차 비상대비 비축 소요량 확보를 위한 예산 83억 원 증액 요청이 거부됐다. 36개월의 차량 제작 기간 등을 고려해 구입비 일부를 요구했음에도 확보 계획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대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비상대비 디젤기관차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기존차량 활용 등의 방안을 마련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토록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국토부는 “코레일에서 운영 중인 입환(역 등에서 철도 차량을 이동시키거나 열차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작업)용 중형 디젤기관차 59량을 전부 활용해 필수 보유량을 유지하겠다”는 임시방편을 내놨지만, 이는 이동 거리가 짧아 디젤기관차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마다 교체가 필요한 디젤기관차는 충무계획상 전시증원 물자, 민간인 대피, 병력 수송 등 전시 상황에서 이용되는 이동수단으로 의무 구비량이 227대로 정해져 있다. 디젤기관차 외에 전기 기관차가 장거리 대규모 수송을 담당할 수 있지만, 유사시엔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어 디젤기관차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체 낙후에 대비해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이 필요하지만, 사전심사에서 통과가 안 돼 의무 구비량 미달에 이르렀다는 게 정 의원 측의 설명이다.

정 의원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시 디젤기관차가 예산 문제로 확보가 안 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예산 반영 등 조속한 대책 마련을 주장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