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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1일(月)
北核 앞 ‘오로지 평화’는 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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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북한 핵무기 앞에서도 ‘평화’를 앞세우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특히, 집권 세력 내부에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다 보니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와 대북 원유 차단 문제에 대한 지지층 반발도 심상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대화·제재 병행론과 베를린 구상 등 대북 지원 분위기를 띄워왔다는 점에서 자업자득이다. 대외적으로도 사면초가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핵실험 중단 요구에 관심을 보이기는커녕 ‘핵무기는 조국 통일의 보검’이라고 했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와는 정반대로 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신(新)북방정책까지 내놨지만, 러시아는 원유 공급 중단 등 문 대통령 관심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결국 미국과 일본의 외면, 북한의 조롱, 중국의 보복, 러시아의 무시를 자초한 셈이 됐다. 이것이 ‘한반도 운전대론’의 현주소다.

다행히 다수 국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이 60%(한국갤럽),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68%(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달했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북한의 단·중거리 미사일 사정권에 있는 한국과 일본은 이미 2010년을 전후해 핵 공격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 2013년 북한 열병식에선 ‘핵 배낭 부대’까지 등장했다. 30㎏ 정도의 휴대용 핵무기나 사과 크기의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전략 목표를 파괴하고 방사능을 방출시켜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펴는 평화주의자에는 세 부류가 있다. 첫째, 종교적 이유 등 개인의 신념으로 전쟁과 무장(武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여호와의 증인이 대표적이다. 개인의 생각을 폄훼할 이유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누리려면 그것을 파괴하려는 세력과 대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을 앞에 두고도 이런 악역은 회피하면서 자유만 외친다. 둘째, 햇볕론자들이다. 북한 핵 개발은 체제 수호가 목적이며, 북한 체제는 결국 개혁·개방으로 갈 것이므로 현 상황만 잘 관리하면 평화통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의 적화통일 의지와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외면하는 것으로, 위험한 오판(誤判)이다. 셋째, 한·미 동맹 철폐론자들이다. 사드 배치는 물론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반대했던 반미주의자들이다.

어느 부류든 개인 의도와 무관하게 안보 약화를 초래한다. 1975년 4월 남베트남(월남)은 군비(軍備) 및 경제력에서 월등했지만 패망했다. 1973년 1월 파리 평화협정에 따라 미군과 한국군 등은 철수했다. 월맹은 월남의 공무원·정치인·종교인·지식인·언론인들을 집중 포섭했다. 나중 일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재교육’ 미명하에 제거된다. 우파 세력은 매도와 테러에 시달리며 위축됐다. 미국 내에서 반전 분위기가 더 강해지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 탄핵 사태 등이 겹쳤다. 월맹은 ‘미군 철수→월남 내부 좌경화→ 친(親)월맹 정권 수립 또는 무력 통일’의 3단계 계획을 치밀하게 추진해 성공했다. 월남 대통령궁을 점령했을 때 월맹군은 변변한 군복과 군화조차 갖추지 못했다. 북한군의 열악한 사정을 얕봐선 안 되는 이유다.

북한 ICBM은 미국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핵우산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월남전 및 이라크전 당시의 미국 내 반전·평화 여론이 한반도를 향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면 미국은 북한·중국·러시아와 담판을 벌일 것이고, 한·미 동맹 해체가 핵심 의제다. 평화주의자들은 복무기간 단축 등 안보 포퓰리즘을 확산시킬 것이다. 이런 대격변까지 미리 대비할 정도로 정치권의 역량과 수준이 금방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평화는 힘으로 지켜진다. 성주의 사드 포대 1개가 북한 핵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는 주장은 옳다. 그래서 훨씬 강력한 방안이 더 필요하다. 핵무기는 상호확증 파괴(MAD)에 기초한 ‘공포의 균형’ 외엔 대응 방법이 없다. 북한보다 몇 배 규모의 핵 역량 보유도 검토할 때다. 이미 무의미해진 ‘한반도 비핵화’에 얽매여 국가 안보를 수렁에 빠뜨려선 안 된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이런 국가 의지를 과시해야 한다. 핵무기에 위협당하면서도 정면 대응을 회피하는 것은 안보를 파괴하는 반역과 다름없다. 권력 내부의 낭만적 안보관부터 척결해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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