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 원유·노동자 ‘쌍차단’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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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 국방대 교수 前 한국핵정책학회장

중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제안이 쌍중단이다.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 7월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스크바 정상회담 때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과 북한 비핵화-북·미 평화협정 회담의 필요성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쌍중단 요구를 반영한 3단계 북핵 해결책을 반복했다.

사실상 지난 을지훈련 때 한·미 양국은 미군의 참가 규모와 전략자산 전개를 예년보다 적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6차 핵실험으로 수소폭탄까지 갖게 됐고, 이어서 미국 본토를 겨냥한 수소탄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 양국에 제기한 쌍중단은 이미 효과가 없음이 증명됐다.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 핵·미사일 저지에 꼭 필요하고도 가장 효과적인 그들만의 쌍중단을 해야 할 때다.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해 온 적극적인 안전보장과 소극적인 안전보장을 중단해야 한다. 적극적 안전보장이란 ‘NPT 모범 회원국이 핵으로 공격받거나 핵무기 위협을 받을 경우 NPT상의 핵보유국(미·러·중·영·프)이 핵무기로 안보를 보장함’을 말한다. 소극적인 안전보장은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대해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말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사실상 보유했기 때문에 적극적·소극적인 안전보장 모두를 받을 권리가 없다. 따라서 중·러 양국은 북한에 적극·소극 두 안전보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오히려 NPT 모범국인 대한민국에 대해 적극·소극 두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원유 제공과 해외 근로자 고용 중단을 천명해야 한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은 북한 주민에 대한 원유 제공은 예외로 하고, 군사용 원유는 북한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후 김정은은 핵실험을 2회나 더 강행했고, 수십 회가 넘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북한 주민의 생존을 인질로 삼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주민에게 제공되는 원유 비용을 절감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중·러 등 서방의 일부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對北) 제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행위 변경에 별로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러 양국이 제재의 예외를 주장하거나 느슨하게 만듦으로써 사실 제재가 완전하게 되지 못했다.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는 김정은은 중·러의 솜방망이 제재 때문에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이번에 몇 달 또는 1년 만이라도 중·러 양국이 원유 지원 중단, 해외 노동자 고용 중단 등 완전한 제재에 동참하게 된다면, 김정은 정권은 정말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일에 대해 쌍중단하라, 미사일 방어(MD)하지 말라, 북한을 코너에 몰지 말라고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대북 쌍중단을 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핵보유국 및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해야 할 도리다. 북한 때문에 위기에 처한 NPT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꼭 이행하는 전례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