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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2일(火)
‘죽은 경제학자’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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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20여 년 전 사회부에서 경제부로 옮겨왔을 때 타사 선배 기자로부터 ‘물려받은’ 책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의 역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다. 이 책은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의 명언 ‘경제학은 우울한 과학’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카를 마르크스, 앨프리드 마셜,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 고전 경제학자의 이론 다수가 소개돼 있다. 간명한 언어와 적절한 풍자를 통해 경제 이론들을 쉽게 풀어내 경제학 입문 필독서로 통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유독 19∼20세기를 풍미했던 세계 경제학계 거목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케인스가 대표적 인물이다. ‘J노믹스’의 원작자가 그이니 정책 전반에 그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는 정부가 공공 부문에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높여주면, 그게 마중물(유효수요)이 되어 경제가 살아난다고 본다. 큰 정부, 증세, 국가채무, 확장적 통화 등이 연계어다.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의 저자 헨리 조지도 단골 인물이다. 미국의 경제사상가인 그는 “‘풍요 속 빈곤’은 공공자산인 토지를 사유화하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도 땅으로 벌어들이는 불로소득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헨리 조지는 생산력이 높아져도 지대가 함께 높아지면 임금·이자는 상승할 수 없다고 했다.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개인 토지를 몰수하는 혁명을 하자는 얘기냐”며 격한 반응을 보인다. 국내 대표적 ‘조지스트’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친자본주의·친시장경제 실천가인 그의 사상이 실현돼야 할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반박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채 허둥대고 있다. 그러니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까지 끄집어내면서 경제를 살리려는 문 정부의 충정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정책 유산(遺産)에 대한 ‘적폐청산 식’이어선 곤란하다. 경제 회생을 위한 만국 공통 처방전인 ‘구조개혁(노동개혁), 규제개혁(서비스산업 활성화), 생산성 혁신’ 등도 병행해야 정책의 추동력이 생긴다. 그게 죽은 경제학자의 진정 살아 있는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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