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유엔에 北억류6명 生死조사 청원”

국가기구로는 이례적 결정
보수단체 “다행이고 잘된 일”
진보단체 “국내인권에 집중을”

국가인권위원회가 12일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생사를 조사해 달라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청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이러한 청원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인권위는 전날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산하 북한인권특별위원회가 상정한 ‘북한 억류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권 확보를 위한 대책의 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유엔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이 처한 상황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서를 신속히 제출할 방침이다. 인권위는 ‘비사법적, 즉결 또는 자의적 처형에 관한 특별보고관’ 및 ‘고문, 잔인한, 비인도적 처우와 형벌에 관한 특별보고관’ 등에게도 청원서를 보내기로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북한 억류 한국인은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등 3명과 탈북민 3명 등 모두 6명. 인권위는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파악되는 이들의 생사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상을 강조하고, 유엔 특별보고관 등이 조사해 결과를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보고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의 상황을 설명하고 조사를 요청하는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의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세계적으로도 국가 인권기관의 이와 같은 청원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기구는 직접 인권침해 사안을 조사할 수 있으므로, 굳이 유엔 산하 조직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의 상황과 북한 인권 실태에 유엔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7월 27일 직접 중국 정부를 지목하며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는 위원장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수·진보 시민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다른 나라들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 왔는데 우리나라 정부만 소극적 자세를 보여왔다”며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고 잘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현실적으로 인권위가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음에도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인권위는 국내 인권문제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