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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3일(水)
관광공사와 ‘갑질’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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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20여 년 전쯤 태국의 푸껫 등 인기 해외여행지 관련 정보를 돈 받고 파는 회사가 있었다. 자체 취재와 충성도 높은 유저들이 공유하는 해외 숙박, 식당, 투어 정보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한 뒤 이런 정보를 연회비 내고 가입한 회원들만 볼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이렇게 얻은 수입으로 여행자 카페도 열고, 책도 출간했다.

이런 방식의 사업은 이제 끝났다. 온라인? 다국적 호텔예약 사이트들이 숙박 경험자의 상세한 리뷰를 모으고, 인근 관광지와 식당 정보를 순위까지 매겨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돈을 내고 여행정보를 사겠느냐는 말이다. 20여 년 전의 사업 모델은 일반인과의 ‘정보 총량 부족과 정보 수집능력 우위’ 때문에 가능했던 사업이었다.

뜬금없이 20년 전의 얘기를 떠올린 건 한국관광공사와 관광 분야 스타트업 기업 사이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갑질 논란’ 때문이다. 내용인즉 이렇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어로만 돼 있는 음식점 메뉴판’이다. 한때 한국방문위원회가 외국어 메뉴판 보급에 나서기도 했지만, 예산 부족과 식당 측의 이해 부족으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공사가 ‘스마트’한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 ‘증강현실’이란 신기술을 도입해 사진 찍듯 메뉴판 위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번역된 메뉴가 화면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관광공사는 이와 함께 관광상품, 추천여행 코스 등의 정보를 실은 ‘외국인 개별관광객 전용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속수무책인 우리 관광업계 지원을 위해 수수료 없는 온라인 판매망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민간 스타트업 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관광공사가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민간영역에 뛰어들어 스타트업 기업을 ‘약탈’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순간에 관광공사는 ‘갑질’을 일삼는 탐욕스러운 가해자로, 민간 스타트업은 가련한 피해자가 됐다. 급기야 국회의원까지 나서 사업 재검토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그럴까. 공공이 민간 사업자 영역에 뛰어들어 경쟁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좀 다르다. 중요한 건 ‘대의’와 ‘속도’다.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업계를 지원하는 건 ‘대의’다. 그리고 이런 지원은 ‘속도’가 필요한 일이다.

앞서 예로 든 메뉴판 번역만 해도 그렇다. 민간 스타트업이 손을 댈 경우 메뉴 번역서비스는 돈을 내는 식당에만 제공된다. 그러나 관광공사가 이를 도입하면 모든 식당과 그 식당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용 부담 없이도 혜택을 보게 된다. 스타트업 기업이 “관광공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카피했다”고 비난하는 ‘개별관광객 상대 여행플랫폼’도 우리끼리나 시빗거리지, 사실 거대 다국적 온라인 여행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일 뿐이다. 여행정보를 파는 회사가 문을 닫은 것처럼, 정보가 증가하고 기술이 진보하면서 소비자와 공급자 간 정보 비대칭의 틈새로 돈을 벌 수 있었던 때는 끝나가고 있다. 그 틈새를 ‘그대로 놓아두라’고 우기는 건 시대착오다.

par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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