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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4일(木)
공영방송 사태의 본질과 3大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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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북한 핵폭탄이라는 절체절명의 외환(外患)이 우리를 짓누르는 가운데 내우(內憂)의 회오리도 몰아치고 있다. 공영방송 사태도 그중 하나다. 방송에 대한 정권의 영향력 행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 수년간 파행은 상궤를 벗어났다. 정권 생각과 다른 프로그램들이 폐지 내지 위축되고 핵심 인력이 교체됐다. 반발하는 기자나 PD들은 해직되거나 주차장 관리 인력 등으로 밀려났다. MBC 해직 PD인 최승호 감독은 영화 ‘공범자’를 통해 이를 고발했다.

이 같은 공영방송, 나아가 언론에 대한 유린 내지 능멸 사태에 대해 필자 역시 깊은 분노를 느낀다. 이 모두가 정치권력이 방송을 흔드는 데서 생겨난 일이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새 정부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다. 촛불 민주주의를 기치로 삼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권력 아니었던가.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가.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원이 공영방송 사장과 야당 측 이사진의 뒤를 캐고, 노조·시민단체·학계가 전면에 나설 것을 제안하는 집권당의 ‘대책 문건’은 어떻게 포장해도 본질은 정치권력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다. 우연의 일치인지 조준희 YTN 사장이 스스로 물러났고, 자진 사퇴를 거부한 김장겸 MBC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노조의 파업, 언론학자들의 동조 성명, 방송문화진흥회 야당 측 유의선 이사의 사의 표명이 이어졌다. 이제 노조는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학 및 직장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인다.

이런 움직임이 ‘시나리오’에 기초한다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은 ‘설마’ 하는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 지배구조의 고질적인 후견주의 유산을 끊어내야 한다. 야당 시절에는 강하게 비판하지만 막상 권력을 잡으면 방송 지배가 주는 단기적 정치적 이익 때문에 상대방의 정책을 그대로 쓰는 억압적 동형화(同型化)를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공영방송을 아끼는 마음으로 간절히 호소한다.

첫째, 공영방송의 정치적 예속 문제는 최우선 과제로 바로 잡혀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론이 정치적 물갈이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KBS, MBC의 사장과 이사진들이 그 자리에 앉게 된 데는 정치권력의 영향이 있었음을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정치권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장악하고, 이 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주도하며, 이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출하는 ‘스리쿠션’ 방식으로 정치권력이 공영방송 사장을 정하는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는 누가 됐든 권력밀착형 인사가 그 자리에 오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축출돼야 하는 것은 구 정권 인사들에 앞서 이런 ‘엽관제(獵官制)’ 폐습이다.

둘째, 공영방송 노사 양측은 상대를 척결 대상이 아닌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에서 승자란 없다. 그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가 방기되고 그 위상은 또다시 추락할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무관심에 가까운 차가운 시선을 보낸 가운데 노사 양측 모두 타격을 입고 내분의 골만 깊어진 채 종료됐던 2011년 MBC 장기 파업이 그 사례다. 노사 양측은 상호 비방, 인신공격, 고소·고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에 앉아야 한다. 빈사 상태의 공영방송을 정녕 죽일 것이 아니라면, 공영방송 유린의 최대 희생자였던 해직기자, PD들이라도 나서 눈물로 갈등 봉합을 호소해야 한다.

셋째, 문제 해결 과정에 정치·행정 권력은 어떠한 명분으로든 개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노사 양측 모두 여야 정치권은 물론 ‘외부 세력’과의 커넥션을 차단하고, 정치적 시나리오 작동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 노사 양측 모두 한목소리로 청와대, 집권 여당,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입 시도 및 이를 빌미 삼은 야당의 국회 사보타주를 비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시는 ‘권력 나팔수’도 ‘노영(勞營)방송’도 되지 않을 것임을, 신뢰할 만한 대책과 함께 천명해야 한다.

새 정부가 진정 국민을 받든다면 공약대로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는 방송법 개정을 즉각 실천해야 한다. 이런 일을 미뤄둔 채 단기이익에 눈이 멀어 배후에서 내분을 부추기며 또다시 공영방송을 흔드는 ‘반민주적’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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