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고용훈풍, 한국은 秋鬪 암운>北核위기속 秋鬪까지 ‘경제이중고’… ‘고용 절벽’ 하반기 더 악화할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3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2017 하반기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한국은…

노동계, 협상력 극대화 노려

기득권 노조 목소리 커져
신규일자리 더 줄어들수도

노동계의 ‘추투(秋鬪)’ 일정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이 문제가 하반기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8월 신규 취업자가 20만 명대로 곤두박질치고,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국사회가 고용절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주체는 역설적으로 대선 승리과정에서 굳건한 지지를 얻어냈던 노동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노동계의 추투를 주도하는 층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양대 노총으로 이들 기득권 층 노동계의 목소리와 힘이 커질수록 일자리 창출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을 가로막는 장벽은 높아지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핵심으로 한 노동개혁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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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이번 추투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들 역시 하나같이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 인상부터 노동법 전면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처우 개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로사 근절 등 다방면에 걸쳐 있는 요구 사항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노동시장에 편입돼 있는 층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기득권 층 보호를 위한 장벽이 더 높아질수록, 아예 노동시장 자체에 진입하지 못한 층의 ‘고용절벽’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임금인상과 도를 넘은 근로 복지 요구 등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일자리 감소라는 암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를 기록했다. 취업 준비생은 69만5000명, 구직 단념자는 48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모두 6만 명가량 늘었다. 실업자도 2개월 만에 다시 100만 명대로 올라서는 등 전반적인 일자리 사정도 나빠졌다.

거대 노조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노동개혁 조치들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는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되게 하고, 이 역시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일자리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외교 마찰 등 외부 요인들로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 추투는 사실상 오래전부터 예고된 수순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을 전후해 보여줬던 태도가 이번 추투에 힘을 실어주는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 개선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노동계의 지지를 얻어냈고, 대선 승리에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 노동계는 촛불 시위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선 등에서 보여줬던 역할을 내세우며 지분을 요구해왔다. 이번 추투도 노동계가 지난 6월 30일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강행했던 ‘사회적 총파업’ 연장선상에 있다.

친노동 성향의 새 정부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동계를 의식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지난해 노동계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까지 불러왔던 ‘양대 지침’(일반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 폐기를 약속했다. 또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을 추진하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정진영·박준우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