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허가제’ 실현 불투명… “판사 출신 前官만 덕볼 것”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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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도 언급
법조계 안팎 찬반 양론 팽팽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에 사건이 너무 많이 상고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고허가제’ 재도입을 언급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2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할 수 있게 제한하는 제도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다 무산된 뒤 대법원의 업무 가중 등을 이유로 상고허가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14일 “판사 출신이거나 특히 대법관까지 올랐다가 퇴직한 변호사들이 수임한 사건이 다른 사건들에 비해 수월하게 대법원 문턱을 넘게 되는 등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상고허가제를 비판했다. 중소 로펌의 또 다른 변호사는 “상고심 사건 수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1·2심에 연차 높은 법관을 배치하는 등 하급심을 탄탄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 허가도 법원 판단의 일종”이라며 “현재처럼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 등 편법을 쓰는 것보다 상고 허가 여부에 대해 확실하게 판단해주는 절차가 오히려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더 낫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교수는 “상고 허가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전관예우 논란 등 잡음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 “상고제도와 관련해서는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사건 수는 2012년 3만5777건에서 2014년 3만7652건·2016년 4만3694건으로, 대법관 13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부담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충실한 재판권을 보장하기 위해 상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상고허가제나 상고법원제 도입보다 근본적으로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 전체 판사가 몇 백 명이던 시절의 대법관 정원이 전체 판사가 3000명에 근접하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면서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게 자신들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헌법재판소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대법원이 정책법원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면서 “노동법원·행정법원 등 법원별로 대법원을 설치해 130여 명의 대법관을 유지하는 독일 모델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고허가제는 1981년 3월 일부 도입됐다가 위헌 논란이 불거져 1990년 9월 폐지된 바 있다. 이후 대법원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 사건 중 법정 상고이유가 포함되지 않은 사건을 곧바로 기각하는 심리 불속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