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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5일(金)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여파… 개정 여론 들끓는 ‘소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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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여중생들이 1일 이미 피투성이가 된 또래를 꿇어 앉혀놓고 계속 폭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0~13세 ‘촉법소년’은 전과기록 안남기고 보호처분만 내려
“法 개정해 처벌 강화” “폐지해 성인과 동일 취급” 여론 90%


소년법과 관련 법 조항에서 형사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부산 여중생들의 집단폭행 사건이 알려진 뒤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 잔혹 범행이 잇따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주범이 공범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받은 ‘모순’이 알려지면서다. 아예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청원운동까지 확산되고 있을 정도다. 미성년자에게 완화된 형을 집행해 건전한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법 취지를 감안할 때 법안의 폐지는 지나치다는 게 대체적 공감대지만, 소년이라도 중범죄를 저지르면 준엄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최소 소년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1 소년법 주요 내용

소년법 제4조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고 규정해놨다. 만 10~13세 소년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청소년으로서 ‘촉법소년(觸法少年)’으로 분류, 전과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보호처분만 내리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통상 소년보호시설 등에 감호 위탁되거나 사회봉사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소년법은 또 제59조를 통해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으로 처해야 할 경우에는 형량을 낮춰 징역 15년의 유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형량 완화 특칙’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천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등 성인 범죄를 능가하는 청소년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거나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형량 완화 특칙을 세분화하는 방향 등으로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높다.

2 형법 등의 소년법 관련 조항

우리나라는 소년법의 형량 완화 특칙 조항을 보완하기 위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를 통해 살인 등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소년법 특례 조항을 따로 마련했다. 해당 조항에 따라 특정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아무리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라고 하더라도 형의 상한선이 징역 20년형으로 높아지도록 규정했다. 이 규정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해 형의 상한선 자체를 완전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나아가 소년법이나 특례법 조항 말고도 형법을 통해 청소년에 대한 형사처벌을 제한하고 있는 점에 대한 개정 요구도 높다.

현행 형법은 제9조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에 따라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형사미성년자’로 분류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규정해놨다. 즉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소년법이 아닌 형법의 개정으로 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라 형법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3 소년 범죄 실태

소년범죄의 잔혹성과 빈도가 도를 넘었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년) 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등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10대(만10~18세)는 총 1만584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9건씩 강력범죄를 저지른 10대가 검거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체 강력범죄의 75.4%(1만1958명)가 성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강도(2732명·17.3%), 방화(1043명·6.6%), 살인(116명·0.7%) 순으로 발생했다.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총 2095건이 발생한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비율은 2012년 12%에서 지난해 15%로 증가했다. 최근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의 예에서 보듯이 갈수록 10대 범죄의 수법이 잔인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  4일 인천 남구 인천지검 앞에서 ‘사랑이를 사랑하는 엄마들의 모임’ 회원들이 초등생 유괴 살해 사건 피의자인 10대 소녀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4 국민 여론은…

소년범에 대한 국민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발표에 따르면,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특례 규정인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응답자의 64.8%가 소년범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고, 폐지해서 성인 범죄자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25.2%로 나타났다. 반면 현행 소년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8.6%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4%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직접 소년법 폐지를 청원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14일 기준 26만9072명이 폐지 청원에 동참했다. 지난달 19일 개설된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걸린 청원 중 최대 규모다.

5 정부 움직임

중학생 집단폭행 사건 관련 논란이 확대되자 정부는 긴급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어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형법과 소년법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이날 간담회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이철성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앞서 지난 6일 법무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소년법 폐지 청원이 있다고 해서 (법률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 (법률 개정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박 장관은 이어 미성년자가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최장 20년으로 형량을 제한하는 특정강력범죄처벌특례법상 조항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면 이 부분을 고치는 논의를 해 볼 문제”라고 언급했다.

▲  김상곤(가운데)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중학생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6 법률 개정 가능성

여야 모두 소년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위한 분위기는 형성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청소년 범죄가 점점 저연령화, 흉포화되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라도 강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소년법 개정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잔인한 여중생 폭행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관련 법이 악용돼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7 개정안 주요 내용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형법상 미성년자’의 최저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고, 법정최고형인 사형까지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지난달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해선 소년법상의 형량 완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야당의 개정안도 비슷한 내용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소년법 적용 대상을 현행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에서 ‘만 14세 이상 18세 미만’으로 축소하고 소년범의 최대 유기징역형을 현행 15년에서 20년으로 대폭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당에서도 장제원·김도읍 의원 등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내놨다.

8 법률 개정 반대 움직임

엄벌주의가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형량을 대폭 올리는 법안을 내는 일은 돈이나 인력의 투입이 전혀 필요 없으면서도 마치 무언가를 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엄벌주의를 내세워 진짜 논의가 묻히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류여해 한국당 최고위원도 7일 자신의 SNS에 “분하고 화가 난다고 소년법 폐지를 얘기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독일 소년법을 고민 없이 옮겨와 그 뒤에 ‘누더기 개정’을 거치며 현실성 없는 소년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하태경 의원에게 제출한 소년법 개정안 의견 회신에서 “소년법을 강화하는 것이 더 많은 청소년을 범죄자로 만드는 낙인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9 아동범죄 관련 국제조약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의 아동이 범한 범죄에 대해서는 사형 또는 석방의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 처벌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으로 협약 의무에 따라 5년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아동 인권 상황에 대한 국가 보고서를 제출한 뒤 심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잔혹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형사법상 미성년자에게 중형을 내릴 수 있도록 소년법이 폐지될 경우 이해 상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하되 소년법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10 해외 사례는…

일본에선 20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에서 보호 갱생 조치를 받도록 하고 있다. 13세 이하의 아동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는 형사 책임 연령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 송치가 이뤄진다. 14세 이상부터는 범행 내용이 잔혹할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판단에 따라 형사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일본 역시 소년 범죄가 문제가 되면서 지난 2000년 형사 책임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추고 16세 이상의 청소년이 살인을 저질렀을 경우 형사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형법을 개정했다. 지난 2007년에는 소년원 송치 대상을 11세까지 확대하고 2014년에는 최대 15년까지만 선고가 가능했던 유기징역형을 최대 20년으로 늘렸다. 다만 원칙적으로 사형 선고가 내려져야 할 때는 무기징역을, 무기징역이 내려져야 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10년 이상 20년 이하의 유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했다.

미국의 경우 14세 이상 18세 미만의 소년범은 소년법의 적용을 받지만 강간이나 살인 등 흉악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일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과거 살인을 저지른 소년범에 대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내릴 만큼 강한 처벌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연방 대법원의 위헌 판결 이후 엄격한 처벌보다는 교화와 갱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우·김리안·이후연·유회경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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