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우리가 낸 세금 우리가 쓰자”… 카탈루냐 ‘300년 숙원’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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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찬반투표’ 보름 앞으로

“우릴 체포할 수 있다고? 그들은 미쳤다!”

스페인 연방검찰이 카탈루냐 지방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협조한 시장들에게 지난 13일 소환장을 발부하자 카탈루냐 지방 시장들은 격앙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소속 948개 시 가운데 분리독립 주민투표 장소와 시설을 제공한 시는 712곳. 스페인 중앙정부는 투표용지에 대한 압수 명령을 내리고 경찰력을 동원해 주민투표를 막는 한편, 카탈루냐가 투표를 강행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자치권 몰수까지도 검토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카탈루냐 자치정부 등은 14일 항구도시 타라고나의 실내 투우경기장에서 지지자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분리독립 캠페인 개시를 선포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이란 300년의 숙원을 이룰 수 있을까?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오는 10월 1일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주민투표를 약 3주 앞두고 맞은 카탈루냐의 국경일(9월 11일) ‘라 디아다(La Diada)’에는 주도 바르셀로나에 100만 명의 카탈루냐인이 운집해 분리독립을 외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라 디아다는 1714년 스페인이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를 함락했을 당시 이에 항전했던 카탈루냐인들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으로 치면 일본의 점령에 항거해 만세운동을 했던 3월 1일을 국경일로 지정해 기념하며, 바로 이날 100만 명이 서울 시내에 운집해 분리독립을 외친 격이다. 이렇듯 카탈루냐와 스페인 중앙정부의 반감은 한·일 간 역사 전쟁을 방불케 한다.

◇스페인 속의 비(非)스페인

스페인은 17개의 자치 지방으로 구성되며, 17개의 자치 지방은 총 50개 주로 다시 나뉜다.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 동북부에 위치, 바르셀로나·헤로나·레리다·타라고나 등 4개의 주로 구성돼 있다. ‘건축의 성자’라고 불리는 안토니 가우디, 전설적인 스페인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가 카탈루냐 출신이다. 카탈루냐는 원래 하나의 국가로 존재하다 1714년 스페인에 병합됐다. 그러나 중세시대부터 지중해 무역을 통해 부를 누려온 카탈루냐인들은 워낙 민족적 자부심이 높은 데다, 수도 마드리드의 카스티야인들과는 다른 문화·역사·언어를 가지고 있다 보니 분리독립 요구가 300년 넘게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중앙정부가 부유한 카탈루냐에서 과도한 세금을 걷어, 다른 지역 개발에 투자하는 등 경제적 착취를 당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심한 편이다.

이들의 반감은 스포츠 영역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스페인의 프로축구리그 가운데 1부리그 ‘라 리가’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앙숙 중의 앙숙이다. 1980년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싸움은 비할 바가 못 된다. 국가대항전이 벌어질 때 카탈루냐인들은 스페인의 상대편을 응원할 정도다. 스페인 축구가 실력에 비해 성과가 미미했던 것도 두 지역 출신 선수 간의 알력 탓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0년에는 카탈루냐 지방 의회가 ‘모든 스페인적인 것을 거부한다’며 스페인의 상징적 스포츠인 투우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분리독립 요구가 계속되자 2006년에는 스페인 중앙의회가 카탈루냐를 ‘국가적 존재’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세수입 관할, 카탈루냐어 공용어 인정, 독자적 사법권 보장 등 사실상 ‘주권 국가’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자치권을 확대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대중당이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무산됐다.

◇결국 독립 문제도 ‘돈’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요구가 거세게 일기 시작한 것은 스페인이 재정위기를 겪기 시작한 2012년 전후였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만 해도 스페인이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첫 우승을 거두면서 한창 단결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부유한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연간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다른 가난한 지방정부를 돕는 데 사용하면서 불만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인구 750만 명에 달하는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 지방정부 가운데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카탈루냐 지방의 2016년 GDP는 2236억 유로(약 302조 원)로, 같은 기간 스페인 전체 GDP 1조1138억 유로의 20%에 이른다. 지역 재정적자는 국가 전체의 절반도 안 되고, 실업률도 국가 전체의 실업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가난한 자치지역을 도와주느라 등골이 휜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카탈루냐를 잃으면 전체 국가 경제의 20%를 잃게 되는 중앙정부는 사활을 걸고 막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14년 11월에는 정부의 승인 없이 카탈루냐가 독립 찬반투표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가 이 투표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투표 결과는 오리무중

그런데 2015년 총선에서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카탈루냐통합당(CIU)이 압승을 거두면서 지난 6일 카탈루냐 주의회가 다시 주민투표 실시 법안을 가결해버렸다. 중앙정부는 이에 대해 헌재에 위헌심판 청구를 제기, 헌재가 이를 받아들여 주민투표 실시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며 맞섰다. 그럼에도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분리독립안이 과반 득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4년 11월 정부 승인 없이 치러진 독립 찬반투표에서도 81%가 찬성표를 던졌지만, 투표율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독립이 아닌 주민투표 실시 여부에 관한 질문에도 찬성 의견이 40% 초반대에 미달했다. 유럽 경제가 안정되면서 과거 경제 위기 당시와 같이 압도적인 분리독립 분위기가 형성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실제 카탈루냐가 독립하게 되면 유럽연합(EU)은 물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도 탈퇴해야 하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자치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연방 구조를 재정립하는 선에서 중앙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자는 주장도 목소리를 얻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