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쪽 제재’ 3일 만에 또 北 도발…原油 전면 차단할 때다

북한이 15일 또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제2375호가 나온 지 불과 3일 만이다. 이번 도발은 추가 핵실험 아닌 미사일 도발이긴 하지만, 유엔 제재를 ‘종이호랑이’로 여기며 조롱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원유(原油) 전면 차단이 배제되고, 사실상 현상 유지 정도로 타협됐을 때 예견됐던 일이다. 합동참모본부는 평양 순안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졌으며, 최고고도 770㎞에 비행거리 3700㎞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달 9일 화성-12형으로 괌 기지를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한 뒤, 지난달 29일 화성-12형을 발사한 바 있다. 당시 화성-12형은 일본 상공을 지났으며 2700㎞를 비행했다. 불과 2주 남짓 만에 사거리를 1000㎞ 늘린 셈이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안보리 결의 제2375호를 보고 북한이 이 정도 제재에 핵·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경우에도 북한 체제 자체를 흔들지는 않을 것임을 확신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 것이다. 또, 웬만한 제재론 북한 김정은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면역력만 키워줄 뿐이다. 원유 및 석유 제품 공급을 완전 차단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숨통을 틀어막을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북한 제재 강화가 실현되도록 앞장서서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할 당사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정반대로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14일 통일부는 세계식량계획(WFP)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에 35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인도적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한이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도 인도지원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강화에 나서고 있는 판국에, 북한 인권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으면서 인도적 지원이라니 어이없을 뿐이다. 멕시코와 페루 등이 사실상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에 나섰고, 필리핀도 교역 중단을 선언했다. 이런 판에 한국 정부가 북한을 지원하겠다니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자칫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어깃장을 놓는 행태로 비칠지 모른다. 미국·일본 등 우방과의 불신도 더 심해질 것이다.

文정부 安保 정책·라인 이대로는 안 돼

게다가 통일부는 공동체기반조성국을 폐지하고 인도협력국을 신설하기로 했다. 선임 부서가 ‘북한인권과’에서 ‘인도협력기획과’로 바뀐 것이다. 북한은 이날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를 동원해 ‘객적은 수작질’‘해괴한 추태’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 다음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제 대북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삼척동자에게도 북한이 대화로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너무나 명백해졌다. 이를 위해선 우선 안보·외교 라인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군사·안보 및 한·미 동맹 전문가가 한 명 없는 현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백날 열어야 별다른 해결 방안이 나올 리 만무하다. 안보 및 4강 외교 경험이 부재한 외교장관과 4강 대사도 전면 재편돼야 한다. 무경험자의 실험무대가 되기엔 현재 외교·안보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북핵 완성을 그냥 넋 놓고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어선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간 역사에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더 이상 북한에 조롱당하고, 미·일의 불신을 더 키우고,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무시당하면 대한민국 안보는 허물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