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에… 美, 쿠바주재 대사관 폐쇄 검토

아바나 주재 외교관·가족들
작년부터 두통·청력손실 호소
美당국 ‘음파 무기 공격’ 판단
틸러슨 “매우 심각한 문제다”

쿠바는 “전혀 모르는 일” 부인

미국 정부가 자국 외교관을 대상으로 발생한 의문의 ‘음파 공격(Sonic attack)’을 이유로 쿠바 아바나에 위치한 미 대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경색된 미·쿠바 관계가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대사관 폐쇄 여부 질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특정 개인(외교관)이 고통받는 것에 대해 고려하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외교관 중 일부를 본국으로 데려왔으며 (대사관 폐쇄가) 재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주쿠바 외교관들을 향한 음파공격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청력손실·두통·균형·균형상실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외교관들이 증가하면서 조사를 진행한 미 정보당국은 비밀스러운 음파무기(Sonic weapon)를 통한 건강공격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은 이에 지난 2월 주미 쿠바대사관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등의 항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지금까지 약 21명의 미국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2명의 주쿠바 캐나다 대사관 직원들도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그러나 음파 공격의 실체는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로빈 클레버랜드 옥스퍼드대 공대 교수는 지난달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20㎑ 이상의 초음파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초저음파에 노출될 경우에는 구역질·극도의 불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대사관 직원들이 보이는 증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클레버랜드 교수는 “공학적 기본 지식과 변환기만 있다면 손쉽게 초음파 장치를 만들 수 있다”며 “다만 그 정도의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대형 장비가 필요하고 초음파가 쉽게 장애물을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의문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쿠바 정부 또한 “음파 공격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개입된 바가 없다”며 의혹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미국과 쿠바는 지난 1961년 외교를 단절한 이후 54년 만인 지난 2015년 7월 양국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쿠바 수도 아바나에 다시 미국 대사관 문을 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행정부는 쿠바의 인권개선 등을 주장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교정상화 조치 가운데 일부를 취소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