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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8일(月)
원숭이와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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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소개된, 셀카 저작권료를 받게 된 인도네시아 검정짧은꼬리원숭이 ‘나루토’ 얘기가 화제다.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의 카메라를 빼앗아 직접 찍은 사진의 수익금 중 25%를 지원받게 된 때문이다. 비록 한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으로 얻게 된 창작료이긴 하지만, 사진의 예술성만큼은 인정받은 셈이다. 새삼 원숭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옛 문헌에서는 원숭이를 한자로 미후, 성성, 요자, 원자, 원후, 호손…이라고 했다. 1446년에 나온 ‘훈민정음해례’에서는 ‘납 위원(爲猿)’이라고 했다. 원숭이를 ‘납’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납이란 말은 12지 동물 가운데 9번째 띠 이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원숭이띠라 하지 않고 ‘잔나비띠’라고 하는 것이다. 원숭이가 사람과 닮은 데다 간사스러운 흉내까지 내어 재수 없는 동물로 여긴 탓에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

잔나비의 음운 구조는 ‘납+이’의 변형 ‘나비’에 접두어 ‘잔’이 붙은 형태다. ‘잔’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날쌔다·재빠르다는 뜻의 동사 ‘재다’에서 왔다는 어원설에 무게가 실린다. 원숭이를 문화어로 사용하는 북한에서는 잔나비 아닌 잰내비를 구어체로 인정한다. 흔히 고양이를 부를 때 ‘나비야∼’라고 한다. 이는 점술에서 2종류의 원숭이를 가리키는 ‘후’ ‘유’와 더불어 고양이를 ‘신(申)’에 속하는 세 동물로 분류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는 18세기의 ‘원성(猿猩)이’가 변한 말로서, 잔나비보다 역사가 짧다.

원숭이를 소재로 한 고사성어 가운데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이 있다.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로, 중국 송나라 저공(狙公)의 고사에서 나왔다. 또 하나, 중국 동진 시대 고사에서 나온 단장(斷腸)이란 말도 있다. 새끼를 빼앗긴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다는 모원단장(母猿斷腸)의 준말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 역시 그런 아픔이 있었다. 6·25 휴전 후 1957년에 발표된 대중가요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잘 말해준다. ‘화약연기 앞을 가려/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2012년 타계한 반야월이 쓴 가사의 일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공간에 등장한 ‘사진작가’ 원공(猿公)이, 까맣게 잊고 있던 전율(戰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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