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는 對北 지원 고수, 美·日은 막바지 최대한 압박

올 유엔 총회의 최대 화두는 북핵 문제가 될 것 같다. 총회는 지난 12일 공식 개막됐으나 핵심은 19~25일 진행될 ‘일반 토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직접 연설에 나서 북한과 이란 문제 등 세계가 직면한 중대 위협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기조 연설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도 갖는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똘똘 뭉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한국이 한·미·일 협력은 물론 국제 공조에 허점(虛點)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재검토를 요청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정치와 무관하게 다룰 사안”이라며 거부했다. 이틀 뒤에는 도널드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미는 정상 통화에서 한국의 대북 지원 문제가 언급되지 않도록 사전 조율을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후 트위터에 “북한에서 석유를 구하려는 이들이 장사진을 치기 시작했다”고 올렸다. 쿠웨이트까지 강력한 대북 봉쇄에 동참하는 등 국제 제재가 강화되는데, 정작 한국은 대북 지원 확대에 나서는 셈이다. 실제로 통일부는 논란이 증폭되자 17일 “인도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구분해 추진한다”며 지원 방침을 고집하는 추가 자료까지 냈다.

미국과 일본의 기류는 전혀 다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거의 소진됐다”고 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군사옵션밖에 없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17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을 상대로 외교를 우선시하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소용없다”며 ‘막다른 길(dead end)’에 봉착했다고 천명했다.

한국 스스로는 대북 지원을 고수하면서 다른 나라를 향해서는 대북 제재에 나서라고 주장하는 이중적 행태는 없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유엔 방문 기간 중 대한민국이 북한 제재에 확고하게 앞장서고 있음을 세계에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