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다음날 무단결근 이유로 해고…法 “해고처분 부당”

출근 당일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감기가 심해서 출근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해 사용자에게 ‘알겠다’는 답장을 받고 결근한 근로자에 대해 무단결근이라며 해고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진학상담사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2015년 7월 6일부터 한 어학원에서 진학상담사로 일하던 A 씨는 같은 해 10월 12일 출근 직전인 오전 7시쯤 회사 대표 B 씨에게 ‘오늘은 감기가 심해서 출근하기 어렵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대표는 오전 8시쯤 ‘알겠다’고 답했다. 이후 다음 날 A 씨는 회사 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측은 A 씨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나오지 않은 게 무단결근이라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수습 기간 중 교육·근무 성적이 좋지 못한 점도 이유로 들었다.

A 씨가 해고를 취소해달라며 노동위원회에 낸 구제 신청과 행정소송에서는 A 씨가 회사와 시용(試用) 근로계약 상태였는지, 무단결근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시용이란 확정적으로 근로계약을 맺기 전에 근로자의 업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사용 기간을 두는 제도다. 지방노동위는 ‘양측이 맺은 시용근로계약에 따라 사측에 고용계약을 해약할 권리가 있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고, A 씨가 불복해 제기한 중앙노동위 구제 신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A 씨가 낸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A 씨가 해고 통지를 받은 시점에 이미 입사 3개월이 지나 정식으로 근로계약이 이뤄졌다고 봤다. 이에 따라 수습 기간의 교육·근무 성적은 해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출근 직전 결근하겠다고 통보했고 대표로부터 ‘알겠다’는 답장을 받아 결근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A 씨가 무단결근을 했다고 할 수 없고 정당한 해고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