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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9일(火)
비트코인은 法貨(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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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 교수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이 예사롭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거래 가능한 가상화폐는 총 1098개로, 이들의 시가총액만 1668억 달러(약 188조 원)에 이른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Bithumb)의 지난달 19일 거래량은 2조6000억 원으로 코스닥 시장 거래 규모를 넘어섰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한때 5013달러를 넘어서면서 시가총액이 820억 달러(약 93조 원)를 기록했다. 페이팔,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의 기업 가치를 넘어선 규모다.

비트코인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하기 위해 고안됐다. 비트코인 창시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 국가가 정부 정책에 따라 통화량을 조정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가상화폐를 설계했다. 한정된 수량의 비트코인을 만들어 두고, 설계자가 만들어 놓은 알고리즘에 따라 기존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연산작업을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채굴된 비트코인 거래 정보는 암호화해 ‘블록체인’이라는 공개된 분산 원장(元帳)에 기록해 둔다. 보안성 때문에 경제적인 가치를 담보할 수 있고, 물건이나 서비스의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수만 있다면 궁극적으로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비트코인 아이디어다.

비트코인이 설계자의 의도대로 미래에 달러나 원화와 같은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경제학적으로 화폐는 교환의 매개 기능, 가치의 척도 기능, 그리고 가치의 저장 기능을 가져야 한다. 교환을 위한 매개 기능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없애고 더 쉽게 물건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가치의 척도 기능은 상품 가치를 화폐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화폐는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이 되는데, 종이에 불과한 1만 원짜리 지폐가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중앙은행의 보증에 의한 가치가 화폐에 저장돼 있어 구매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화폐가 상품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고 가치를 저장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줄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중앙은행은 화폐의 가치가 너무 높아지거나 낮아질 경우 통화량의 증감을 통해 화폐 가치를 조정한다. 이러한 가치 안정화 메커니즘은 화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만 아니라, 경제 안정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에는 이러한 가치 안정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0.8센트(약 9원)의 가치를 가졌던 비트코인은 2013년 1217달러(137만 원)로 치솟았고, 현재는 4700달러(531만 원)를 넘어섰다. 7년간 비트코인의 가치가 580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내재적 가치도 없고, 이를 관리하는 중앙조직도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치는 폭락할 위험과 폭등할 위험이 상존하는데, 이는 화폐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된다.

비트코인은 2140년까지 총발행량(2100만 개)이 정해져 있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1650만 개(전체 발행량의 78%)의 비트코인이 발행됐고, 향후 120여 년 동안 450만 개보다 적은 비트코인 채굴만 가능하다. 현재 하루에 신규로 채굴되는 비트코인은 1728개 규모지만, 2020년 하루 채굴량이 864개, 2024년에는 다시 432개로 점차 줄어들게 된다. 2032년이 되면 비트코인 매장량의 99%가 채굴되고, 이후 100년이 넘는 기간에 나머지 1%만 발행되는 셈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은 이러한 희소성 때문이다. 공급 제한으로 화폐 가치가 계속 올라가면 비트코인으로 나타낸 상품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이는 모두가 소비를 미루는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화폐량이 경제 규모에 맞게 늘어날 필요가 있는데,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는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은 해외 송금이나 전자 상거래 분야에서 일부 결제 수단으로만 사용될 수 있을 뿐, 기존의 달러나 원화와 같은 법화(法貨·법정화폐)를 대체하긴 어렵다. 금처럼 내재적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고, 달러나 원화처럼 중앙은행에 의해 통용력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가치가 추락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오해(誤解)는 불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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