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AI 바람’… 효과·환자안전·책임소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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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왓슨’ ‘에이브릴’등
대형 병원들 잇따라 도입
“홍보에만 치중한다” 지적도

인공지능(AI)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 가장 먼저 ‘AI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미국 IBM의 의료용 AI인 ‘왓슨’이 지난해 말부터 국내 병원에 속속 적용되고 있고, 국내 대형병원들도 자체적으로 AI 개발에 나서며 의료기술 향상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 특성상 AI 상용화가 확대되는 만큼 이로 인한 책임소재, 환자 안전 문제 등 사회적 논란도 예상된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AI 적용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고대의료원은 오는 26일 고대안암병원에 기공하는 ‘최첨단 융복합센터’에 SK C&C와 함께 개발 중인 ‘에이브릴(Aibril)’을 도입해 ‘A.I.-Driven Hospital’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에이브릴은 항생제 처방 이력과 추가 처방 등을 실시간으로 조언해주는 ‘항생제 어드바이저 AI’다. 진료 차트를 자동으로 인식해 입력하는 ‘진료 차트 음성인식 AI’도 도입된다. 암 빅데이터를 종합해 제시하는 IBM의 AI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의 경우 지난해 말 가천대길병원이 처음 도입한 뒤 현재까지 국내 6개 병원이 도입했다.

대형병원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100억 원 규모의 ‘AI 의료영상 사업단’을 발족하고, AI 기술을 적용한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 환자 건강상태를 예측해 알려주는 AI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AI가 방대한 의료정보를 분석해 의사 진단과 처방을 돕고, 실수가 잦은 의료진 행동 패턴을 분석해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역시 의료 빅데이터에 AI 기술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AI가 실제 효능보다는 병원 홍보에 치중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닥터 AI’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각종 정보를 종합정리해 주는 의사의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만큼 ‘AI 의사’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AI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의 의료분야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AI의 판단이나 결과의 책임 소재, 사용자 보호, 환자 안전 등 관련 범위와 역량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고비용 신기술로 인해 의료 불평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법적 안전장치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 법률과 제도에 관한 연구 및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