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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0일(水)
미술품 가격 어떻게 결정되나…작품 절대가치·구입자 기호도 등이 좌우, 실물 경기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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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여 개의 국내외 갤러리가 부스별로 그림 등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 전경. 지난해 모습으로 올해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한국화랑협회 제공

절대가치, 학술적 평가에 의지
반드시 가격과 비례하진 않아
기호도는 심미적 판단 외에도
재산증식 수단 활용도 포함돼
보존상태·작품이력 등도 영향

등락 느리고 항상 유동적 특성


지난 4월 국내 한 경매사의 미술품 경매에서 김환기(1913∼1974)의 ‘고요(Tranquillity) 5-IV-73 #310’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인 65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그림 한 점에 60억 원? 누구나 한 번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그 같은 가격이 나온 것이지”라고 의구심을 가져볼 만하다. 미술품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특히 그림을 재테크로 보는 컬렉터들에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주식 투자만 해도 회사의 실적과 재무구조, 실물 경제의 추이 등 비교적 예측 가능한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미술품의 경우 그 같은 지표들이 없다.

그래서 20세기 최고의 화상으로 팝아트의 공식적인 후견인을 자처했던 레오 카스텔리(Leo Castelli)는 이런 질문에 대해 “물론 시장가격이란 것이 있지만 그 가격은 평가할 수 없는 것에 근거를 둔 가격이다”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작품가격을 결정짓는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의 값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는 미술품의 절대가치, 구입자의 기호도, 외부 환경, 보존상태, 작품이력, 희소성, 제작연대 등이 있다.

▲  2016년의 경매 최고가 작품인 김환기의 ‘무제 12Ⅴ-70#172’. 서울옥션 제공
여기서 말하는 미술품의 절대가치란 그 예술적 수준을 말하는 것으로 미술사적 위상 등 학술적 평가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품성이 반드시 가격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추상화가 유영국(1916∼2002)은 화단에서의 영향력으로 볼 때 김환기 못지않지만 시장거래 가격은 그렇지 못하다.

구입자의 기호도 문제도 조금 더 세부적으로 나눠볼 수 있다. 순수한 심미판단에 의한 구입자의 선호도는 물론이고, 기증, 전시 등 구입목적도 여기에 포함된다. 투자, 즉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가치가 있느냐도 구입자의 기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외부환경적 요인은 해당 사회의 경기를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실물 경제의 추이는 그림값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경기에 수요가 위축되는 건 당연하다.

보존상태, 작품이력, 희소성, 제작연대 등의 요인이 그림값 결정에 가세하고, 주요 미술관의 개인전 또는 기획전의 참여도, 주요 미술전문지의 리뷰게재 빈도, 주요미술관의 작품소장여부, 주요 비엔날레 등 국제전의 참가도, 영향력 있는 화랑과의 관계 등도 역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그림값은 항상 유동적이어서 예측이 쉽지 않다. 특히 미술시장의 등락은 매우 느린 속성이 있는데 상승할 때는 느리지만 내릴 때는 빨리 떨어지는 것이 원칙에 가깝다. 현금화도 어렵다.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시장 원리가 작용 안 되는 곳도 미술 시장이다. 시장원리에 의해 많은 사람이 원하는 그림이 가격이 오르내리겠지만 미술품은 이런 원칙이 잘 통하지 않는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왜냐하면 대중이 좋아하는 그림의 경우 대중성은 있을지언정 작품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  2007년 서울옥션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박수근의 ‘빨래터’. 서울옥션 제공

최근에는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나 대형 경매사들이 등장하며 그림값에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지만 한때는 작가가 작품값을 결정하는 일까지 많았다. 자신의 해외 유학 및 수상, 해외 전시 경력 등에 자신과 비슷한 경력자와 맞춰 작품값을 부르기도 했다.

‘호당가격제’(1호 크기는 풍경화의 경우 가로 22.7㎝×세로 14㎝)도 체계적인 가격 결정과는 거리가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어도 완성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작품값이 매겨지며 작가가 부르는 가격과 시장 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나마도 그림값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생전에 프리다 칼로의 작품값에 비해 수배에 달하던 디에고 리베라의 경우 최근 그의 아내 프라다 칼로의 작품값의 5분의 1에 그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일부 컬렉터들은 수요와 공급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그나마도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미술 시장에서 화상들, 이른바 딜러들의 마케팅과 판매전략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누구에게서 사는가의 문제가 누구의 작품을 사는 것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피카소의 작품도 브랜드가 확실한 딜러에게서 산 작품을 훗날 더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작품이 1억 원에 팔리면 작가와 딜러가 5000만 원씩 나눠 갖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려는 것은 딜러의 당연한 본성일 수 있다.

박서보, 정창섭, 하종현 등 한국적 추상화인 ‘단색화’ 화가들의 작품값이 최근 몇 년 사이 수십 배씩 급등한 것도 인사동 일대의 국내 굴지 갤러리들이 꾸준히 해외초대전을 개최해 단색화가들을 컬렉터들에게 소개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처럼 복잡한 과정을 통하여 한 점, 또는 한 작가의 그림값이 결정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일시적이다. 특히 그림값의 결정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시대마다 작품마다 유동적이다. 결국 미술품 가격은 사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손안에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내는 것이 가격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즉 그림값은 사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컬렉터들이 미술 전문 서적, 잡지뿐만 아니라 실제로 미술품을 자주 보며 안목을 키우고, 미술 시장 및 거래방법, 작가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도 작품값 결정은 결국 본인의 심미관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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