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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0일(水)
가을무 홍합밥, 무와 홍합 ‘완벽 궁합’ 밥속에 스며든 바다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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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무 홍합밥. 담백한 홍합 육수와 쫄깃한 살점 그리고 무의 구수한 향이 어우러져 자꾸만 수저를 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아침저녁으로 확연히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이 됐다. 이런 가을날 늦은 저녁, 포장마차에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에게 빠지지 않는 뜨끈한 단골 국물 메뉴의 하나가 바로 홍합탕이다.

탕으로 먹으면 뽀얀 국물에 담백한 맛이 일품인 홍합(紅蛤)은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속을 든든하게 풀어주는 대표적인 식재료다. 홍합은 전 세계적으로 250여 종이 있는데, 인류의 시작과 동시에 애용되기 시작한 음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신석기 유적지에서도 홍합 껍데기 흔적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조선 시대에 바다에서 나는 세 가지 보물 같은 해산물을 ‘해중삼보(海中三寶)’라 일컬었는데, 여기에 해삼, 전복과 함께 홍합이 포함될 정도로 예로부터 홍합은 귀한 식재료 대접을 받았다. 홍합이라는 이름은 붉은색을 띤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옛날에는 다양한 이름들로 불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홍합을 ‘담채(淡菜)’라 부르며 ‘맛이 감미로워 국을 끓여도 좋고 젓을 담가도 좋다. 그러나 말린 것이 몸에 가장 이롭다’고 기술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저술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홍합을 ‘각채, 해폐, 동해부인’이라고 하며 특히 부인들에게 유익하다고 전한다.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달라 동해에서는 ‘섭’, 남해에서는 ‘담채’라고 했다.

홍합도 양식과 자연산이 있는데, 양식 홍합은 자연산 홍합보다 껍데기가 깨끗한 반면 향과 맛은 자연산보다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크기도 자연산보다 작고 껍데기의 두께도 얇다. 홍합 양식은 남해 지역에서 많이 한다. 대부분이 외래종인 진주담치가 양식돼 전국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린홍합’이라고 하여 일식집이나 양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입산 홍합이 많이 유통되는데, 가열한 자숙(煮熟) 홍합이라 맛이 덜하다. 껍데기에 녹색 테두리가 있으면 그린홍합이라고 보면 된다.

홍합은 살이 통통하고 윤기가 나며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신선하다. 껍데기를 벗겨 봤을 때 이름처럼 살에 붉은빛이 도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탕으로 끓여 먹거나 국, 찌개, 찜이나 샐러드에 쓰이며,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수프, 찜, 구이 등 다양하게 이용한다. 홍합은 손질한 뒤 그대로 오븐에 구워 먹어도 별미다.

홍합은 말려서 저장해 사계절 내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살을 발라 삶아 말린 홍합은 타우린이 생홍합의 2배 이상 들어 있고, 글루탐산, 글리신 등 몸에 좋은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글루탐산은 감칠맛을 내기 때문에 홍합을 말려 분말을 낸 것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조미료가 된다. 그래서 국, 탕, 찌개 등 요리를 할 때 조미료 대신 홍합 가루를 쓰면 맛이 굉장히 좋다.

몸에 좋은 무와 홍합으로 가을무 홍합밥을 만들어 봤다. 홍합으로 밥을 지으면 홍합육수의 감칠맛이 그대로 스며들어 밥맛이 훨씬 뛰어나다. 내 가족을 위한 가을무 홍합밥에 특별히 자연산 홍합을 사용했다.

홍합과 궁합이 좋은 가을무는 산삼과 견줄 정도로 영양성분이 가득하다. 무에 들어 있는 특유의 전분 분해 효소가 소화 흡수를 촉진하고, 풍부한 섬유소가 장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해열 효과 및 기침이나 목이 아플 때도 효과가 있어 한방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가을무에 함유된 옥시다아제와 소화효소는 발암물질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다고 하니 가을에 나는 무를 자주 먹기를 권한다. 환절기 감기 예방은 물론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고향이 남해인 덕분에 어릴 적 바닷가 갯바위에서 직접 홍합을 채취해 홍합탕, 홍합구이, 홍합밥을 많이 먹었다. 그때는 어머니가 해주신 홍합밥이 그토록 풍미 깊고 맛있는 줄 몰랐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릴 적 먹었던 음식들이 더욱 그리워지기 마련인가 보다.

담백한 홍합육수와 무 향이 어우러져 감칠맛 가득한 가을무 홍합밥 하나로 간단하면서도 영양 가득한 가족 식탁 한상차림을 준비할 수 있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보세요



재료(2인분 기준)

쌀 2컵, 홍합 3~4컵(1㎏), 무 한 주먹(150g), 대파 1줄기, 마늘 3쪽, 양념장(국간장 1/2큰술, 진간장 2큰술, 청고추/홍고추 약간, 간마늘 1/3큰술, 참기름 약간, 잘게 썬 대파 1/2큰술, 깨 한 자밤, 고춧가루 한 자밤)



만드는 법

1. 쌀은 깨끗하게 씻어서 30분 정도 불려준다.

2. 홍합은 껍데기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면서 깨끗하게 손질해 준다.

3. 물 1ℓ를 냄비에 넣고 대파 1줄기, 마늘 2쪽, 무 자투리를 넣은 다음, 손질한 홍합을 넣고 물을 끓여 육수를 만든다.

4. 끓인 홍합은 살과 껍데기를 분리하고 홍합 삶은 물은 밥을 짓는 데에 사용한다.

5. 무는 깨끗하게 씻어 두께 0.2㎝, 길이 4㎝로 채를 썰어준다.

6. 냄비에 불린 쌀을 붓고 채 썰어 놓은 무를 올린 후 밥을 안친다.

7. 센불에서 5분, 중약불에서 5분, 약불에서 3~4분 정도로 맞춰서 밥을 짓는다. 뜸을 들일 때에는 삶은 홍합을 넣고 뚜껑을 덮어 한 번 더 익혀준다.

8. 밥이 완성되면 위아래로 섞어서 밥을 그릇에 담고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조리 Tip

1. 홍합 삶은 물은 염도가 높기 때문에 밥 짓기 전에 꼭 염도를 확인한 뒤 밥물로 이용한다. 염도는 맛을 봤을 때 간이 약간 느껴지는 정도여야 한다.

2. 홍합은 처음부터 육수를 내면서 끓이면 껍데기가 더 잘 벌어지고 육수도 진해진다.

3. 남은 홍합은 비닐 팩에 넣어서 냉동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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