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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0일(水)
상추·고추·배추… 골목 텃밭 나비 날아드는 도시농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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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촌공터 2호점’의 연립주택으로 둘러싸인 도시 텃밭. 텃밭을 돌보는 주민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왼쪽 작은 사진은 행촌공터 가는 길목의 꼬불꼬불한 연립주택 골목길 모습. 신창섭 기자 bluesky@

성곽마을 재생사업 ‘행촌공터’

몇 년 전,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이 손수 담근 간단한 김치 레시피를 SNS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미국 대통령 부인이 한국 김치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 큰 화제가 됐다. 미셸이 평소에 미국인의 건강식단과 아동비만퇴치운동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발효식품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더 흥미로웠던 것은 이 김치를 미셸이 백악관 텃밭에서 직접 기른 배추로 담갔다는 것이었고, 더 신기한 건 백악관에 텃밭이 있다는 것이었다.

미셸의 백악관 텃밭처럼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도시에서의 농사는 아주 생소한 일은 아니다. 주택이 많고 골목길이 잘 발달 된 동네에 가보면 주민들이 화분이나 버려진 깡통을 이용해 꽃나무나 먹을 수 있는 채소를 키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도시 안에서 채소를 생산하는 일을 도시농업이라 하는데 골목길의 작은 텃밭을 도시농업의 시작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 도시농업이 도시재생의 한 방법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도시농사가 도시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정주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종로구 행촌동과 무악동 일대에 조성된 ‘행촌공터’는 도시농사 활성화를 위해 등장한 동네 집이다. 서울성곽에 기대어 있는 이 동네는 경사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빈약한 마당을 대신해 비어 있는 골목 공터에 취미 삼아 채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마을 공터에 심겨 있는 푸른 채소들은 식용작물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넘어 답답한 골목의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터를 차지하지 못한 집들은 햇볕이 잘 드는 대문 앞에 플라스틱 상자를 이용해 채소를 키우기도 했다. 이런 동네에 ‘행촌권 성곽마을 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체계적인 도시농업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로 ‘행촌공터’ 삼 형제가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조성돼 맏형격인 ‘행촌공터 1호점’은 행촌권 도시농업의 지원센터로 도시농업에 필요한 물품판매와 대여, 그리고 농사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해 주는 곳이다. ‘식물약국’이란 이름의 1층은 카페로 꾸며져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2층과 3층에는 마을박물관과 주민공동체 공간이 있다. 옥상은 온실로 도시농업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독립문초등학교 정문 근처의 1호점을 나와 현대아파트를 끼고 서울성곽으로 향하는 경사로를 오르다 보면 ‘행촌공터 3호점’을 만나게 된다. 온실처럼 건물 전체가 유리로 돼 있는 이 공간은 도시농업을 위한 교육장과 전시장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전시장으로 꾸며진 2층은 전망이 좋아 마을 카페로 변신할 예정이라고 한다. 3호점 뒤로 도시 텃밭과 종묘장을 지나 서울성곽에 오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내려다보며 ‘행촌공터 2호점’을 찾아보지만, 연립주택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서 꼬불꼬불한 골목길로 들어서다 길을 잃고 말았다. 좁고 긴 골목들이 방향감각을 완전히 무디게 만들었다. 마침 지나가던 학생에게 도움을 청하니 자주 간다면서 바로 알려준다.

‘행촌공터 2호점’은 찾아오기 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손바닥만 한 도시 텃밭 사이로 흰색나비 여러 마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나비들이 사방이 높은 연립주택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어떻게 날아왔는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텃밭에는 간단한 옥외주방과 지하수를 길어 올릴 수 있는 펌프도 있어 텃밭에서 기른 상추에 고기를 올려 먹는 마을잔치가 상상 되는 곳이다. 텃밭 한쪽에는 LED등을 이용하여 식물을 키우고 있는 온실 겸 실내주방도 있어 이러한 상상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느린 곳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행촌공터 2호점’의 진짜 매력은 밀도가 높은 이 마을에 비어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마을의 비워진 공간은 자연스럽게 마을주민들의 활동으로 채워질 것이다.

백악관 텃밭에서 길러낸 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우리를 즐겁게 했던 미셸은 ‘아메리칸 그로운’이라는 책을 출판해 도시농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2017년 가을, ‘행촌공터’ 삼 형제는 ‘그로인 행촌’이라는 가문의 이름으로 도시농사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됐다. 미셸이 백악관 텃밭에서 생산된 배추로 김치를 선보였듯이 ‘행촌공터’에서 어떤 것들이 길러지고 만들어질지 ‘그로인 행촌’의 미래가 더없이 궁금해진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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