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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1일(木)
적폐 청산, 방향도 방법도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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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정책학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해 온 다수 연예인과 PD,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출연을 막거나 지원을 끊는 등 있을 수 없는 권력 남용을 확인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늦었지만 옳은 일이다.

하지만 여당과 청와대가 KBS와 MBC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것을 ‘적폐청산’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권력이 직접 나서서 강제적으로 교체하려니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이 두려워 노조가 앞장서서 부당 노동행위를 명분으로 내세워 사장 물러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조사해 검찰에 고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말처럼,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적폐가 오로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만 있었다고 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 또, 자신들의 잣대만 가지고 적폐와 적폐세력을 규정해 갈등과 분열을 키우는 것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노조의 경영권 침해를 당연시하면서 경영진 교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의 불법성에는 눈감고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 방송 환경을 만들려 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대한 정권 차원의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 원세훈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운영은 이번 기회에 단호히 처리돼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노골적이진 않았더라도 정권이 교체될 때 문화예술인의 출연 배제와 각종 시민사회단체나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과 축소 사례는 반복돼 왔다.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나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은 급격히 줄어든다. 반대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진보 성향의 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과거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와 시민사회단체나 문화예술단체 지원의 행태가 얼마나 달랐는지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뿐인가? 서울시가 운영하는 교통방송의 진행자와 출연자들을 비교해 보라. 시(市) 권력의 교체가 방송 출연자들의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언론 노조의 방송 편성권에 대한 개입도 쉽게 확인된다. 필자는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법안의 국회 통과 당시 YTN에서 방송한 적이 있다. YTN 노조는 성명을 발표해 필자의 발언을 문제 삼았고, 이어서 이미 출연이 예정돼 있던 몇 차례 방송에서 필자를 배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청와대를 떠날 때 KBS 특집방송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논평했던 필자에 대해 KBS 노조는 성명을 통해 출연 배제를 요구했다.

이처럼 언론이나 방송이, 또는 노조가 정권 교체와 함께 출연자를 교체하거나 지원대상 단체를 바꾸는 일이 정당하다는 게 아니다. 원세훈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영을 대충 넘기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차제에 과거 우리 사회에서 관행처럼 여겨져 왔던 언론과 방송의 ‘정권 바라기’를 확실하게 뿌리 뽑자는 말이다. 그러자면 원세훈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청산하되, 이것만을 표적으로 적폐청산을 내세우는 작금의 접근은 잘못됐다. 더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과거를 함께 반성하고, 이를 청산하자고 해야 옳다.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기 위해 야당 추천 이사들의 개인 비리를 들춰내자거나, 그들의 직장에 쫓아가 시위를 하는 문화혁명기 홍위병 같은 노조의 행태는 더더욱 부적절하다.

작금의 적폐청산 방식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범하는 것과 같다. 맹자(孟子)에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는 말이 있다. 하늘의 때를 얻는 것은 지리적 이점을 확보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지리적 이점을 갖는 것은 사람의 화합을 얻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다. 나라의 경영도 이와 같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위태로운 때가 아닌가?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는 것은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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