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기업>저소득층 일자리·자영업자 ‘감소’…‘소득성장론의 역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kimjh@

(7) 소득주도성장의 함정

음식업 등 고용 6월이후 감소
자영업자도 13개월만에 줄어
“비용상승 우려해 인력 감축”

복지통한‘저성장 극복’취지
소득 - 성장 연결고리 불투명
노동개혁·규제완화 보완 시급
수요촉진 - 공급혁신 조합해야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가면서 음식과 숙박 등의 저소득층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데다 음식점과 편의점 등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등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일자리 축소→서비스 하향화→손님 감소→자영업자 파산이라는 악순환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저소득 근로자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업 고용이 석 달 연속 감소했다. 계속 늘기만 하던 자영업자 수도 지난달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자영업자도 3000명 줄어들며 1년 1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숙박 및 음식업을 중심으로 영세 자영업이 일부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지난달 숙박 및 음식업 취업자는 4만 명 줄었다. 자영업에서 가족 등을 돕는 무급 가족종사자도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많은 감소 폭을 보였다.

최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비용 상승을 우려한 고용주가 복지 혜택을 축소하거나 인력을 감축하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방식 등으로 대응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소득이 증가해 경기가 살아나고 지출이 늘게 되는 소득주도 성장은 시간이 지나야만 기대할 수 있는 후행 효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득 감소에 이어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시작된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은 복지를 통한 재분배와 이를 통한 소득 확충이다. 중하위 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소득 증가→소비 증가→생산 확대→투자 증가→일자리 확대→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규제완화와 감세 등을 통해 기업 이윤이 늘면 가계 소득도 함께 늘어난다는 일명 ‘낙수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에 발생한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의 양극화’의 원인을 소득주도 성장으로 극복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소득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새 정부 출범 넉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 소득주도 경제 성장은 생산 비용을 높이면 투자와 수출이 줄어 신자유주의의 이윤주도 경제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만약 성장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윤·부채·수출주도 경제 체제가 임금·소득·내수주도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가계의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단기간 추세를 돌리기 어렵다.

정부 의도대로 소득 증가가 경제 성장이란 결실을 보려면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과 균형 잡힌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동개혁·규제완화·구조조정으로 보완하고, 수요 촉진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같은 공급 혁신 정책으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임금주도 성장 전략으로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경기 활성화를 도모할 수는 있으나 그 효과가 빨리 소진된다”며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이윤주도 성장, 특히 연구·개발(R&D) 등의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만이 중·장기적인 성장 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