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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2일(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권고안’ 기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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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섭(가운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3년 단임’ 공수처장·차장 임명… 중립성 논란
옛 중수부보다 큰 규모… 고위공직 퇴직후 3년까지 수사


지난 18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하며 그 어느 때보다 공수처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강한 데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높은 열망이 공수처 도입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7%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칫 ‘제2의 검찰’이 되거나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조직의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황에서 권력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1 설치 주장 처음 제기된 때는

공수처는 1996년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에 관련 내용이 담기면서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고위공직자 비리 등 대형 수사를 전담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이를 대신할 조직으로 공직비리수사처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3권분립의 침해 가능성과 함께 ‘또 다른 중수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검찰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했다. 이후 16∼19대 국회에 걸쳐 수차례 발의된 공수처 관련 법안도 번번이 처리가 무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위해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였지만,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반기를 드는 등 저항이 거셌다. 그러나 최근 홍만표·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장의 비리 사건이 줄줄이 터진 데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공수처 설치를 약속했다.

2 도입 의미

공수처 신설을 권고한 곳이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인 것에서 나타나듯, 공수처 도입은 무엇보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공수처의 검사들도 수사와 영장청구, 기소 등에서 검찰청 검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진 것은 엄청난 변화다. 개혁위는 “기존 제도로는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방지할 수 없으므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수처는 검찰 비리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과 공수처 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사·경찰 고위 간부의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하고 공수처 검사의 범죄는 검찰이 수사하도록 함에 따라 권력기관의 청렴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해 ‘우선수사권’을 갖게 된 부분은 막강한 권한이 될 전망이다. 소위 ‘얘기되는’ 사건은 특별수사의 노하우가 부족한 공수처가 가져감에 따라 오히려 수사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3 처장과 차장 임명은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변호사 자격을 갖춘 15년 이상 법조, 학계 경력자 중에 2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원장 등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임명 전에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친다. 공수처장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몫인 당연직 위원 3인과 국회 추천 위원 4인으로 구성된다. 공수처 차장은 공수처장의 제청으로 역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장과 차장 모두 현직 검사는 배제된다. 처장은 검사의 직에서 퇴직 후 3년, 차장은 퇴직 후 1년이 지나야 임명될 수 있다. 또 공수처장과 차장의 임기는 3년이고 중임할 수 없다. 대통령이 공수처장과 차장의 임명권자인 것과 관련,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의 독립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장 추천위원 7명 중 국회 몫이 과반으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가 정치적 입김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 규모는

개혁위의 권고안에 따른 공수처는 검사 50명, 수사관 70명 등 수사 인원만 최대 120명에 이르는 ‘매머드급 독립 수사기관’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 인원은 30인 이상 50인 이내이고, 공수처 수사관은 50인 이상 70인 이내로 규정됐다. 이는 각종 기업수사 및 특별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4개의 특별수사부 인원(29명)을 넘어,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의 검사(60명)와 비슷한 규모다. 과거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했던 대검 중앙수사부보다도 훨씬 큰 조직 규모다. 그러나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 검사가 2000명 이상이니 검찰 규모의 50분의 1”이라며 “공수처는 수사만 하는 게 아니고 공소유지를 위한 인력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5 검사는 어떻게 채우나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중에서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공수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직 검사는 공수처 검사가 되고 싶으면 사표를 내야 한다. 또 검사 출신은 총원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공수처를 검찰 조직과 엄격히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규정상으로는 법학전문대학원을 갓 졸업한 신입 변호사도 공수처 검사로 임용 가능해 수사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 변협회장은 “너무 검찰 배제 취지를 우선시해 수사기관으로서 본분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 후 1년간 변호사로서 공수처 사건 수임이 금지된다. 공수처 검사를 추천하는 인사위원회는 공수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공수처 검사 2인, 국회의장 추천 3인과 법무부 장관 추천 검사, 법원행정처장 추천 판사, 변협회장 추천 변호사 각 1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된다.

▲  7월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6 수사 대상은

신설될 공수처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비리범죄 전반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한을 가진다. 또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은 고위공직자범죄 수사에 착수한 경우 공수처장에게 통지의무가 있고, 공수처장은 이첩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우선수사권’을 가지는 셈이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기관장을 포함해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2급 이상 공무원(청와대 비서진과 국가정보원은 3급 이상),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및 군(軍) 장성 등이다. 이런 직위에서 퇴직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전직 공무원과 이들의 배우자 형제자매 부모와 자녀도 수사 대상이 된다. 대상 범죄는 직무유기, 뇌물죄 등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비롯해 강요, 공갈,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공직선거법상 선거개입 등이다. 또 검사와 경찰 간부에 대해선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해 면죄부를 주는 셀프 수사를 방지했다.

7 공수처 견제는 가능한가

이처럼 공수처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됐지만 정작 공수처에 대한 견제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공수처 수사가 미진하거나 공수처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에는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일반적인 검찰 사건과 달리 고검·대검에 항고, 재항고할 길이 막힌 것이다. 고검 항고가 가능하게 하거나 검찰 등과 수사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수처 권고안에 따르면 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수사·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선 불출석이 가능해 사실상 불출석 권한을 부여했다. 정치권에 의한 ‘정치적 통제’의 길도 막힌 셈이다. 결국 공수처장과 검사들의 ‘선의’를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역대 어느 부패한 권력, 무소불위의 힘을 마구 휘두른 권력도 ‘선의’를 내세우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8 법안 국회 통과 가능성은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에 대해 ‘사법개혁에 꼭 필요한 조직’이라며 최근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자체에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 방식 등으로 볼 때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처장 추천 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입법 환경을 감안할 때 국회의 법안 심사 과정에서 법무·검찰위원회 권고안에 담긴 내용에 비해 공수처의 권한과 규모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고안에 긍정적인 민주당과 정의당 등의 의석수를 합해도 130석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9 검찰 개혁 가능할까

공수처 도입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검찰이 조직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사 출신을 절반까지만 받기로 한 것은 반대로 절반까지는 기존 검찰청 검사 출신으로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별검사제에서도 실제 수사는 변호사 출신 특검보들이 아니라 파견검사들이 도맡아 해왔다”며 “권력형 비리 수사 경험이 없는 변호사들이 수사에 나설 경우 수사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수사 노하우를 갖춘 검사 출신들이 요직에 중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검사의 업무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로 실력과 경험을 풍부히 갖춘 수사 인력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같은 조직은 검찰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두 개의 검찰을 두자는 걸로 보일 정도”라고 평가했다. 공수처가 검찰의 문제점을 해소하기보다는 또 다른 권력 기관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옥상옥’ 구조가 될 것이라는 비판은 여권에서도 나온다.

10 해외 사례는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 통치 당시인 1952년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출범시켜 민간·공공부문의 모든 부패 사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공수처 유형인 CPIB는 사건 관련 보고를 총리에게만 하므로 다른 조직이나 인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ICAC)도 총인원이 1400여 명에 달하는 독립적인 부패 수사기관이다. 강력한 수사권이 있지만 과도한 권한 쏠림을 방지하지 위해 용의자 기소 여부는 검찰을 거느린 율정사(律政司)가 결정한다. 대만도 염정공서를 벤치마킹해 지난 2011년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 기구인 염정서(廉政署)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염정서는 법무부 산하에 설치돼 독립성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또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는 인사권을 가진 국가수반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반부패전담 기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나집 라작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국영투자기업 1MDB를 수사한 MACC는 수사 이후 위원장 등 주요 지휘부가 교체됐다.

민병기·이정우·이후연·박준희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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