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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2일(金)
‘좋은 심판’ 정부論 공론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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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일전에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축구 경기의 심판 중 공정하고 냉정한 심판, 약팀을 살짝 봐주는 심판, 그리고 강팀을 살짝 봐주는 심판 중 어느 쪽을 가장 선호하느냐는 것이었다. 세 번째 유형을 선호한다는 답은 거의 없었으며,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유형을 선호한다는 답이 조금 더 많았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 편을 살짝 들어주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강팀을 봐주는 심판은 역사 뒤로 사라졌고 공정한 심판과 약팀을 봐주는 심판만이 살아남게 됐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짐에 따라 ‘공정한 심판’ 역시 정치공학적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제 우리는 약팀을 살짝 봐주는 심판과 약팀을 적극적으로 봐주는 심판 중 선택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학생들의 응답과 민주공화정의 헌법 논리에 근거한다면 향후 약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권리의 영역이 확대되고 강자에게 유리한 시장의 영역이 축소될 전망이다. 예컨대, 교육서비스는 구성원 누구나 보편적으로 제공받아야 하는 권리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능력에 따라 경쟁적으로 제공받아야 하는 서비스인가? 똑같은 고민이 의료·안전·고용·복지·교통·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렇다면 권리의 영역을 어디까지 확대해야 할 것인가. 이제 약팀을 어느 정도 봐주는 정부가 신뢰받는 정부일까 하는 새로운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개인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정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정부의 사회적 책임(GSR)은 우선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다. 또, 법률에 기초해 각종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권리의 영역이 확대되고 사회적 가치가 구현된다.

미국의 경영학자인 아치 B 캐럴(1991) 조지아대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단계별로 제시한 바 있다.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그리고 자선적 책임이 그것이다. 정부의 사회적 책임도 헌법적 책임, 법률적 책임, 윤리적 책임, 거버넌스 책임, 그리고 사회공헌 책임의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사회적 책임의 수준과 범위는 시장논리로 결정된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 책임의 수준과 범위는 국회, 지방의회, 시민사회, 언론 등 모든 사회 구성원 간 공론(公論)과 협력(協力)을 통해서 정해진다.

지난 3일 끝난, 행정안전부와 문화일보가 주최하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한 ‘2017 대한민국 행정홍보대전’에 소개된 다양한 정책 사례들은 정부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이 깊다. 대통령상을 받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사무소 정책, 전라남도의 어르신들을 위한 100원 택시 제도 등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만약 정부가 인권, 환경, 공정거래, 노동, 안전, 의료, 교육, 부패 문제 등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를 소홀히 대하거나, 지역 불균형이나 사회 양극화 문제 해소 등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면 분명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심판이 돼야 할까. 민주공화정에서 약자를 살짝 봐주는 것이 정부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심판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수준과 범위에 대한 공론의 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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