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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2일(金)
‘미라법’과 溫故知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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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17세기 조선 시대 때 지금의 경북 문경지역에서 사망한 미라 관련 최근 뉴스를 보고 다소 놀랐다. 이 분야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21세기인 요즘도 때론 누군가의 사망원인을 잘 밝혀내지 못하는 마당에 400여 년 전 운명한 미라의 사인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연구팀은 질병 유전자 분석 결과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 질환’으로 숨졌다고 했다. 미라에서 떼어낸 체세포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참조용 표준 유전체(게놈)와 비교해 파악했다고 한다.

이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미라와 관련한 또 다른 소식을 접하곤 충격을 받았다. ‘이분’이 연구가 끝난 뒤 곧장 화장 처리돼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니 말이다. ‘미라 전문가’ 신동훈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구가 끝나면 미라를 발굴한 고고학팀에 돌려주는데 관행에 따라 화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현재 국내에 몇 구의 미라가 발굴됐고 연구됐는지에 대한 통계가 있을 리 없다. 일부 연구자들이 총 10구 미만의 미라를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 미라 보관이 허술한 건 국가 차원의 관리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발굴되면 미라의 옷과 부장품은 신줏단지 모시듯 하면서 정작 미라 자체는 홀대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발굴·연구·관리’를 총괄하는 정부기관이나 연구소도 따로 없다.

미라는 ‘타임캡슐’이다. 수백 년, 수천 년 전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선조들의 질병 정보는 물론 생활양식도 유추할 수 있다. 질병사 외에 역사학적·인류사학적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그래서 외국은 미라를 귀하게 모신다. 5300여 년 전 생존했던 이탈리아의 아이스맨 ‘외치(Otzi)’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볼차노엔 알프스산맥 빙하에서 발견된 외치를 보관·전시한 박물관이 있다. 연구소도 있다. 미라가 후세에게 역사적 교훈을 줄 뿐 아니라 관광수익도 벌어들여 경제적 도움도 주는 국가 보배인 셈이다.

우리도 연구자·고고학자·행정 당국 등이 힘을 합쳐 미라를 체계적으로 관리·수집·연구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전담 박물관도 세워야 한다. 그게 온고지신(溫故知新·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안다) 정신이기도 하다. ‘미라 조상님’이 이렇게 어렵사리 세상에 다시 나와 후손들에게 뭘 들려주려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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