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상 세대갈등’ 넘어라>“민감한 정치 얘기 피하고, 피할 수 없다면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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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상 갈등’ 행동수칙

‘좁힐 수 없다면 피해라, 피할 수 없다면 존중해라.’

올 추석은 10일이라는 유례없는 긴 연휴로 소원했던 가족 간의 정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지만 정치토론이 벌어지면 세대 간의 현격한 견해차로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연휴 기간 내내 불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종착역에 접어든 북 핵·미사일 위기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제 상황과 실업률, 급격한 복지정책의 확대 등 거의 모든 주요 정치 현안들에 대해 세대 간 입장 차가 뚜렷해 2∼3세대가 모이는 명절 정치토크는 자칫 ‘세대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 연휴를 망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추석상 앞에서 세대 갈등을 피하기 위한 행동 수칙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민감한 이야기는 피하고 보자. 둘째, 피할 수 없다면 역지사지의 관용을 베풀어 보자.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얘기는 구조적으로 합치할 수 없고 경제 부분도 세대 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아예 정치 대화는 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완화하는 방법은 정치권이 고민하는 게 맞지 자칫하면 가족들끼리 얼굴만 붉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타협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나이 든 세대에서는 안보위기나 인사문제 등을 들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지만, 젊은층은 일자리 창출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만큼 세대 간 의견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문재인 정권이 이제 100일을 갓 넘었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밝히더라도 결론은 좀 더 지켜보자는 식으로 대화를 유도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피해야 할 주제로 안보와 경제를 꼽았다. 정권 교체 후 급속도로 악화된 북핵 위기와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 정책은 세대 간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에 계속 대화를 제의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바로 현격한 시각차로 격론이 벌어질 수 있고 소득주도 성장론도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분들은 쉽게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가피하게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부모든 자식이든 자신의 견해를 강요해선 안 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무시해선 안 되고,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어젠다를 가지고 이야기해야지 자신의 일방적인 생각을 주입하려 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가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비판하고, 현 사회의 책임을 산업화 세대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가 ‘우리 때는 어땠다’는 말을 하는 순간 이미 대화는 끝나고 세대 간 벽이 생긴다”며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시절도 경험해봤지만, 젊은 층은 중·장년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만큼 오히려 나이 든 층이 젊은 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지·송유근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