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기업>낡은 ‘파견法’ 얽매인 정부… ‘不法’ 뒤집어쓴 기업은 ‘멘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KB국민은행 사옥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간접고용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간접고용 철폐와 노조 할 권리 쟁취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⑧ ‘파견법’ 리스크

파견법 고치려다 규제로 선회
가맹사업法과 충돌 현장 혼란
사내하도급 규제강화도 우려

금지업종 6곳중 中企가 99%
개정 안되면 구인난 극복 요원

문재인 정부가 ‘친(親)노동’ 기조에 따라 밀어붙이는 노동 규제 강화가 시장에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산업현장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과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가맹사업법)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과거 파견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다가 갑자기 규제 강화로 입장을 180도 전환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파견이 금지된 업종 중 뿌리 산업 6개 분야의 중소기업 비중이 99.6%에 달하는데도,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등 현행 파견법의 모순은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가 파견법 개정은 외면한 채 ‘법대로’를 외치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연일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 ‘불법 파견’ 결정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파견법 위반 결정의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인사, 교육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했기 때문에 원청에서 일감을 받는 하청 방식의 도급계약이 아닌, 본사가 근로자를 사업장에 보내는 파견 형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판단은 불법 파견과 관련한 삼성전자서비스와 현대자동차 등의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가맹 계약상 용역지원은 가맹사업법과 상법의 영역으로 노동법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상법 제1168조의 7 등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영업활동을 위해 상품 및 용역을 제공하고 필요한 교육, 훈련, 경영지원 등을 하는 것이 의무로 규정돼 있다. 경총은 경영지원비 역시 가맹사업법 등에서 허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고용부의 정책 방향이 지난해 파견법 개정 추진 당시와 크게 달라, 정권에 따라 지나치게 입장을 전환해 현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고용부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뿌리 산업과 55세 이상 고령자, 근로소득 상위 25%의 고소득 전문직으로 파견 업종을 확대하려 했다가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이기권 당시 장관은 직접 근로자들을 만나 파견법 개정의 시급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만도헬라), 아사히글라스 등의 기업에 잇따라 불법 파견 등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직접 고용 지시를 내리는 등 연일 파견법 과잉해석 및 사내하도급 규제 강화 논란을 빚고 있다.

이같이 전반적인 파견 규제 강화 기조에 따라 재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뿌리 산업 분야 중소기업들이 파견법 개정의 지연으로 인한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 피해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외국인 근로자나 음성적으로 파견근로자를 활용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9%가 파견법 개정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대하는 의견은 22%에 그쳤다.

유현진·김남석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