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지정문화재’ 화재·재해 무방비 노출

불탄 석란정, 관리사각지대
목조건물 등 붕괴위험 커져

‘문화재 돌봄사업’있다 해도
조례만 정하고 사실상 방치

소방관 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강원 강릉시 석란정처럼 보존 가치가 있는 전국 비지정 문화재가 관리소홀로 화재·태풍 등 재난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란정이 지난 2015년 정부의 문화재 돌봄 사업 비지정 문화재 대상에 포함됐지만, 사실상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각 시·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정문화재는 지난해 12월 기준 국보,시·도 문화재 등 1만2359개에 달하고 있으나, 보존 가치가 있는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이 2015년 문화재 돌봄 사업으로 시도에서 올린 비지정 문화재 관리를 지원했으나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만 정하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것이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강릉 석란정도 2015년 문화재 돌봄 사업에 포함되면서 강릉시와 강원도문화재단이 예산 지원을 받아 보호하게 돼 있었으나 전혀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됐었다. 석란정 인근 주민들은 “석란정 외벽에 금이 가고 건물이 기울어 인근 공사 업체에서 파이프로 임시 보강해 붕괴를 막았지만 강릉시에서는 전혀 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70년이 안 됐다는 이유로 문화재로 지정하거나 향토 유적으로 보존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도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의 비지정 문화재 361개 가운데 20개가 재난 위험이 있어 돌봄 사업(강원 105개)에 포함됐으나 방치되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고택 등 비지정 문화재를 문화재 돌봄 사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예천군은 지난 2013년 192개의 목조 비지정 문화재에 대해 매년 보수 신청을 받아 시급한 건물부터 보수하고 있으나 관리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계산동 이상화 고택 등 22개가 관리되고 있으나 재난에 취약한 상태다. 경기도에는 국가 및 도 지정문화재 1066개가 있으나 비지정 문화재 1만여 개 가운데 여주 이인영 생가와 양평 수곡서원 등 66개를 돌봄 사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가평 의안대군 사당 등 상당수 문화재는 방치된 채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의 경우 138개 비지정 문화재를 돌봄 사업으로 정했으나 강화 흥왕사지 등 상당수 문화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돌봄 사업에 포함된 비지정 문화재 80개 가운데 유애서원과 귀후재 등이, 울산시는 어물동 추원재와 하사정 등이 보존돼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됐다.

의정부 = 오명근 기자 omk@
강릉 = 백오인·대구 = 박천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