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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5일(月)
북핵보다 ‘盧 이슈’에 더 펄쩍 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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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지난 주말 서울과 뉴욕 두 곳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설전(舌戰)’을 지켜봐야 했다. 먼저 유엔 무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을 위협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할 것”이라고 강한 경고를 보냈다. 이에 김정은은 북한 사상 처음으로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개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귀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 미치광이(dotard)”라고 맞받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 연설에서 ‘최고통 사령관’ ‘거짓말 왕초’ 등으로 맹비난했다. 리 외무상이 수소폭탄의 대기권 시험까지 언급하던 때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는 동해 북방한계선(NLL) 넘어까지 시위 비행했다. 자연지진인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지만, 북한 핵실험장인 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두 차례 일어나 혹여 백두산 마그마가 잇따른 핵실험의 여파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외국에 있는 지인들이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고 프랑스 등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불참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은 뜬금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연예인 등을 탄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보복은 이명박이 노무현에게 가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불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하자 김경수 의원 등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이 발끈하고 나서며 경색된 정국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이 언제 핵(核) 참화에 휩싸일지 모르는 위중한 상황에 여당과 제1야당의 핵심부에서 벌어지는 ‘과거 논쟁’을 보면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이 시점에 노 전 대통령 죽음을 끄집어낸 야당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권의 현실인식이 한심하다. 김정은의 핵 불장난에 대해서는 그렇게 ‘대화·평화’를 강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해는 되지만 노무현 재단이나 외곽에서 대응하면 될 일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김경수 의원이 직접 나서 한판 대결을 벌이겠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된 상황에서 부처별로 적폐 청산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보수정권 9년의 적폐를 모두 파겠다는 문 정부의 시도가 낳은 예상된 결과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 연설에서 30차례나 평화를 언급했지만, 미국과 북한 간의 설전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앞서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한·미·일 회담 이후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자조했듯이 한국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대북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마당에 군사적 수단이 없는 우리도 전 외교력을 동원해 힘을 보태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 문 대통령은 국정의 경중을 가려야 한다. 위법이 있다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시점과 범위 등 정무적 판단도 필요한 것이 국정이다. 적폐 청산으로 말하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만큼 하고 싶었던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 테러·납치까지 당해 죽을 뻔했는데 오죽했겠나. 그러나 DJ는 외환위기에 국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과거 청산 대신 화해를 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문 정부가 이번 안보 위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국정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도 봤지만, 민주당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다시 증명됐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적폐 청산이 지지자들을 열광시킬 수는 있지만, 미래도 함께 허물어져 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촛불이 뽑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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