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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6일(火)
심문섭 ‘자연을 조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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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어릴 적부터 바다 물빛과 파도, 갯바람, 갯벌의 질감을 느끼면서 자란 내 삶의 바닥에는 바다가 있다. 거기에 돛단배 한 척을 띄워 꿈의 항해 일지를 써내려가는 일, 그것이 내 작품 활동이다.” 경남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심문섭(74)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선두 주자’ ‘한국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국제 미술계의 전위적 실험 정신의 보편성을 선도한 조각가’로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개념은 ‘스스로 그러한’이라는 의미의 ‘자연(自然)’이다.

‘토상(土想)’ 연작에 그는 “점토 내면에 숨 쉬고 있는 ‘흙의 생각’이 드러나게 해, 인간과 물질이 만나서 얽히는 사이에 생기는 시적인 양상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고 한다. ‘나무의 정신’을 뜻하는 ‘목신(木神)’ 연작을 두곤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뭔가에 귀의하고, 끊임없이 빌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무는 소재 중에 인간과 가장 가깝다. 나무를 깎는 반복적이고 미묘하게 변해가는 리듬에서 음악을 느낀다. 자연의 나무가 뻗어가는 리듬이다. 나무들이 제각기 톤을 바꾸면서 살아가는 자연의 감각이 작품에 스며들었으면 한다.” 흙·나무·돌·쇠 등이 지닌 ‘날것’ 그대로의 물질성에 그 물질의 비(非)물질적 상징성까지 드러내는 그의 작품을 두고 미술평론가 김복기 교수는 “조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자연에 가깝고, 그냥 자연물로 보기엔 너무나 조형적이다”고 표현한다.

또 다른 연작 ‘관계’ ‘현전(現前)’ ‘메타포’ ‘제시(提示)’ ‘반추’ 등 모든 작품을 좌대(座臺) 없이 맨바닥에 놓아두거나 벽에 비스듬히 기대게 하는 그는 “반(反)조각 또는 비(非)조각이 조형의 지표인 듯하다”는 말도 듣는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에서도 선보여온 그의 작품 지향은 ‘변화·순환하는 자연적 요소 간의 유기적 관계를 통한 교감(交感)이면서 시(詩)와 맞닿은 세계’다. “내 작품의 내면에는 어릴 때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하고 부르던 동요가 숨 쉬고 있다”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이다. 1965년 서울대 조소과 졸업 후 50여 년에 이른 그의 ‘자연을 조각하다’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지난 7월 14일 시작돼 오는 10월 9일 끝난다. 예술의 새 지평을 끝없이 열어가는 심문섭의 시기별 대표작 130여 점과 잠시나마 교감하는 것은 가슴 뭉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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