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별별공원>쓰레기 치우고 꽃 심고…주민이 가꾼 ‘꽃샘길’ 명소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회양목 등 2만그루 산림욕장
나무덱 깐‘무장애길’도 갖춰

“서울에서 산림욕 하기에 이만한 좋은 곳이 없지요.”

25일 찾은 서울 강북구 번2동 오동근린공원(사진)에서 만난 한 주민의 이야기다. 실제로 그랬다. 올해로 개장 20주년을 맞은 오동근린공원은 138만2260㎡ 면적을 자랑하는 번동 주민들의 비밀 정원이자 산림욕장이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나무 덱으로 된 산책로는 노인과 장애인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길’이다. 풍겨 오는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산책로 주위를 둘러싼 왕벚나무와 회양목 등 나무 2만140그루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1㎞를 걸어 올라가자 공원 최고의 명소인 ‘꽃샘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꽃샘길 탄생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원래는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이 방치된 공원 내 유휴 부지였다. 하지만 번2동 주민인 사진작가 김영산(62) 씨의 눈에 띄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 씨는 1994년부터 홀로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길을 닦은 후 야생화를 심어 가꿨다. 23년에 걸친 김 씨의 노력 덕에 이제는 야생화 90종이 자라는 400m 길이의 명소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선 꽃 옆에 세워진 설명 푯말을 보며 그윽한 향기를 맡아볼 수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김 씨는 “산책로뿐만 아니라 유아들의 현장체험 학습장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강북구에서 이달 벤치형 덱을 설치해 준 덕에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야생화의 매력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