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재청의 보물 지정 불허에도 진위 논란이 계속돼 결국 ‘국회 토론회’까지 열게 된 증도가자. 한국고미술협회 제공
- 28일 의원회관서 토론회
보물‘증도가’의 인쇄활자 논란
교문위원장 등 의원 대거 참여
문화재청“출처불명·서체 달라”
학계“분석법 · 관점·해석 문제”
“과학적 분석방법에 의해 결론은 이미 난 것이고 번복될 일은 없다.”(문화재청) vs “분석방법, 보는 관점, 해석이 잘못됐다. 해명해 달라.”(경북대 남권희 교수)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주관으로 28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증도가자 진위 논란’을 가릴 토론회가 개최된다. 타이틀은 ‘고려 금속활자! 문화재인가? 아닌가?’이며 증도가자가 진본임을 주장해온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등 학계와 지난 4월 문화재 지정을 불허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대거 토론자로 참석한다.
7년여 계속돼온 증도가자 논란 중에 처음 열리는 토론회로 특히 유성엽(국민의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다수 참여, 논란이 10월에 열리는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후폭풍이 예상된다.
증도가자는 보물(제758-1호)로 지정된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고 일부 학계에서 주장하는 금속활자다. 증도가는 1239년 제작된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으로, 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한 서적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증도가’로도 불리는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보물 제758-1호). 1239년 제작된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이다.
증도가자 진위 논란은 2010년 9월 남 교수가 증도가자를 공개하면서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라고 주장하며 비롯됐다.
그러던 차에 2011년 문화재청으로 증도가자에 대한 보물 지정 신청이 들어왔고, 문화재청은 2014년 남 교수에게 진위에 대한 용역 조사를 맡겼다. 남 교수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다보성갤러리에서 공개한 금속활자 101점이 모두 ‘증도가자’ 혹은 ‘고려 시대 활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증도가자 및 고려 시대 금속활자라고 학계에서 주장하는 활자는 다보성갤러리에 101점, 청주 고인쇄박물관에 7점, 국립중앙박물관에 1점 등 모두 109점이다.
2014년 당시 남 교수의 조사는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글자 크기가 다르다는 등 일부 학계의 반론 시비에 휘말렸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2015년 직접 증도가자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4월 “증도가자의 서체 비교, 주조와 조판(組版·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검증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며 문화재 지정 신청을 불허했다. 증도가자가 문화재로 지정됐다면 1377년 간행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철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됐을 것이다. 당시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을 불허하면서도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과 먹의 연대 분석을 고려하면 고려 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발표 이후에 남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학계는 “분석방법과 관점, 해석이 잘못됐다”며 문화재청의 증도가자에 대한 문화재 지정 불허를 비판해 왔다.
토론회를 앞두고도 문화재청 입장은 변함이 없다. 토론자로 참석하는 문화재청의 한 실무 책임자는 “증도가자는 출처가 불분명하며 과학적 분석 결과 고려 시대의 금속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고, 서체도 증도가를 인쇄한 글자가 아니다”며 “일부 학계의 분석방법상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대답할 준비가 다 돼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남 교수 측은 “출토 문화재의 특성상 출처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목판으로 인쇄된 증도가에 있는 글자 크기가 증도가자와 다른 것은 목판활자는 시간이 지나면 위축되거나 뒤틀리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토론회를 앞두고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직지심체요절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고 주장해온 일부 학계와 남 교수 사이의 이론적 갈등이 객관적 검증에 걸림돌이 됐다는 일부 주장도 그중 하나다. 또 다보성갤러리의 김종춘 대표는 “지난 4월 문화재 지정 불허 당시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면 관련 책임자를 법정에 세우겠다고 협박한 세력이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협박이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을 부결한 원인이었는지 토론회에서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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