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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7일(水)
“로봇 만화 ‘캉타우’ 보며 과학자 꿈 키워… 지금도 많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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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지난 18일 자연과학대 연구실에서 자신이 그린 만화교재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는 종이에 펜으로 그려 스캔했지만, 요즘은 웹툰작가들이 쓰는 태블릿을 이용한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만화 그리는 과학자’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만화 그리는 과학자’를 인터뷰하기 전에 ‘만화’와 ‘과학’의 공통점을 생각해봤다. 단순 무식하게 보면 만화는 문(文)과 쪽에 가깝고 과학은 이(理)과 아니던가. 만화와 과학이 딱히 동떨어진 단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관성이 크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자 잘못된 생각임을 알게 됐다. 과학은 만화적 상상력에서 큰 영감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만화작품을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65년 이정문 화백이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 만화 속에는 태양열 집, 전기자동차는 물론, 지금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소형TV 전화기’, 인터넷뉴스, 로봇 청소기 등이 등장한다. 50년 전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린 미래의 모습이 지금의 현실과 대부분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자연과학대에서 만난 신인철(49)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이 화백의 만화를 즐겨봤다고 했다. 신 교수는 자신의 세부 전공분야 ‘분자세포생물학’의 교과서를 만화로 그려 출간해 ‘만화 그리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만화는 전공 강의에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비전공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신 교수는 이날도 연구실에서 과학 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자신이 출간했던 만화 과학교재 1권(Cartoon College 분자세포생물학)을 영문 버전으로 번역해 올해 안에 e북 형태로 아마존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만화를 언제부터 그리게 됐는지부터 물었다. 신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자주 그렸다. 요즘 어린이들에겐 게임도 많고 놀이가 많지만 그때는 나가서 뛰어놀지 않으면 만화책 보는 게 일이었는데, 나는 주로 만화를 보고 따라 그리면서 놀았다”고 했다. 이때 이 화백의 ‘철인 캉타우’, 길창덕 화백의 ‘꺼벙이’, 이두호 화백의 ‘무지개행진곡’ 등을 즐겨봤다고 했다. 중학교 때는 노트에 수백 장의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할 정도로 심취했다. 신 교수는 “로봇 만화인 캉타우(사진)를 보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웠고, 지금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이 화백을 직접 뵙기도 했다”고 했다.

당시는 어린이 장래희망 1순위가 ‘과학자’였던 시대였다. 물론 신 교수의 꿈도 과학자였지만, 이처럼 만화를 좋아했던 그에게는 ‘만화가’라는 꿈도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만화 그리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던 신 교수는 만화가의 길을 접고 과학도의 길을 선택했다. 만화 그리기 취미는 쉬지 않았지만, 카이스트 생명과학과로 진학해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만화 실력을 공식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찾아왔다. 1996년 당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였던 유욱준 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이 만화를 곧잘 그린다는 대학원생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과 함께 책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신 교수는 “당시 실험서적이 마땅한 게 없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어서 첨단실험방법에 대한 정보를 그림으로 그려서 소개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Biomedical Research Lab(재미있는 분자생물학 그림여행)’이다. 알기 쉽게 설명한 과학서가 많지 않았던 당시에 이 책은 2만 부가량 팔리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교수가 된 이후 2015년 3월 단독저자로서 ‘Cartoon college 분자세포생물학’을 처음으로 발간했다. 학과의 전공교과서다. 만화로 된 과학교과서를 만들게 된 이유는 만화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제자들의 교육을 위해서였다. 한 권에 10만 원을 넘는 원서가격에 부담을 갖는 제자들에게 괜찮은 책을 찾아보다가 시작한 것이다. 신 교수는 “과거에는 해적판 원서가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 학생들은 비싼 원서 탓에 PDF 파일 등을 인쇄해서 공부하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한 학기에 책 한 권을 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교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지자, 그는 2016년 2월 일반인들을 위한 과학교양서도 만화로 그렸다. ‘생물학 신 완전정복’으로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세포, 유전공학 등에 대한 내용과 에피소드를 넣었다. 만화 과학교양서를 발간한 뒤에 과학에 관심이 생겼다는 할머니가 연구실을 찾아오기도 하고, 책 읽는 동아리에서 강연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신 교수는 “책을 내고 보니 일반인들이 과학에 대해 갖는 관심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사실 원서는 일반인에게 너무 어렵고 국내 과학교양서는 검증이 안 된 내용도 많아 전문서적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책을 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두 번째 만화 전공교과서 ‘Cartoon college 생화학 I’ 편을 냈다.

사실 신 교수의 비공식적인 등단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욱준 교수의 권유로 분자생물학회지의 뉴스코너에 ‘대학원생 블루스’라는 만화를 그린 것이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라는 사이트에 ‘포닭블루스’ ‘조교수블루스’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 이 내용을 모아서 만든 ‘포닭블루스(과학자가 직접 그린 실험실 뒷이야기)’도 지난해 발간했다. 그는 “의사, 법조인, 예술가 같은 다른 전문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학자의 생활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과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예비 과학자 지망생들에게 과학자들의 실제 모습과 실험실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닭’은 포닥(post doctor·박사후과정)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실제 만화 내용 중에는 우울한 내용도 많다. 신 교수는 “박사지만 대졸 초임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자조적 이야기를 만화로 풀었다”며 “위인전에나 나오는 과학자들의 멋진 생활이 아니라, 고생하는 과학자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과학자를 별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보는 시각도 있는데, 과학자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많은 사람이 내 책을 보면서 그런 환상에서 깨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과학자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요즈음의 중요한 연구를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연구비를 주는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가 상명하달식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과학자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소개했다. “한 과학자에게 세부전공이 뭐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그냥 생물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자기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심하게 자기는 자연과학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연구비 주는 건 모두 다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에 의해 과제가 정해지고 연구 주제가 주어지면,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꾸준히 하지 못하고, 계속 유행을 쫓아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노벨상을 받은 나라를 부러워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꾸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안 돼 있다”며 “물론 한국인들은 굉장히 열심히 하고 똑똑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도 하고 좋은 논문도 냈지만, 큰 업적을 내고 큰 상을 타려면 평생 한우물만 파야 하는데 우리나라 풍토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뭐든지 유행이 빠른 것처럼, 과학도 유행이 빠르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구조적 한계도 꼬집었다. 신 교수는 “위정자들이 과학기술자를 돈 버는 도구,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많지만, 그런 것도 기초가 저변으로 확대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당장 새로운 신기술이 나와야 한다는 기업 마인드, 태릉선수촌 마인드로 과학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새로 출범하긴 했지만, 대통령 임기 또는 장관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항상 문제”라며 “그런 욕심을 조금 버리고 외부에서도 성과를 강요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과학자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과학은 항상 우리 생활 곁에 있는 만큼 과학과 사회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반인들도 과학적 사고방식을 위해 과학서적도 보고 관심도 가져야 하겠지만, 과학자 역시 사회과학책도 읽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원자폭탄을 개발하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과학자들이 일반인과 더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과학자들도 SNS 등을 통해 뉴스를 많이 내면서 예전보다 목소리가 커졌지만, 학회나 과학단체 등에서 과학뿐 아니라 사회 참여적인 부분에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최근의 생리대 파문이나 살충제 계란 사태 등에서 과학자들이 정확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해 국민적 혼란을 줄여주는 등의 방식이다. 신 교수는 또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를 위해서는 과학커뮤니케이터가 활성화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과학자와 일반인을 연결해 주는 과학자로 이를테면 과학관 관장과 같이 과학을 쉽게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신 교수는 “저도 은퇴하고 나면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할 계획”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과학을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한 과학적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이용권 차장(사회부)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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