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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7일(水)
북핵, 잘못된 진단과 위험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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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북한 김정은이 핵·미사일로 노리는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이후 미국 워싱턴에서 가장 많이 제기됐던 질문이다.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멜 깁슨 주연의 영화 제목 ‘여성이 원하는 것(What Women Want)’의 ‘여성’을 ‘김정은’으로 바꾼 뒤 북한의 진짜 핵 개발 의도를 밝혀내는 세미나와 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 많이 열렸다. 이후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미국에서는 김정은이 정권존립을 넘어선 플러스 알파의 목적을 갖고 핵탄두 ICBM 도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미 주간 뉴요커 최근호에 따르면,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정은이 핵·미사일로 한·미 동맹을 붕괴시키고, 제2의 한국전쟁의 길을 열려 한다”고 밝혔다. 핵으로 미국을 협박해 주한미군을 철수하게 한 뒤, 적화통일하려는 게 김정은의 최종목표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또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서 멈추지 않고 생화학무기 등 모든 능력을 갖추려 할 것이고 도발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도발을 원천 봉쇄하지 않으면 타국으로 위협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타협하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현역 육군 중장인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안보책임자가 북한의 핵 개발 의도에 대해 이렇게 결론지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미 당국은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 ICBM 도발에 집중하면서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체제 보호 수준을 넘어 미국을 위협하는 위험한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젠 단순한 동결이나 보상을 통한 협상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원천봉쇄하고 발본색원하는 쪽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원인 분석 결과 목적과 의도가 달라졌다면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한 것이 괜히 나온 허풍은 아니다. 북한도 6차 핵실험 후 노골적으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미국이 대국의 체면을 유지하는 길은 한반도에서 발을 빼는 것뿐”이라고 했고, 평양 궐기대회에선 “남조선을 깔고 앉아 조국통일의 위업을 이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핵이 주한미군 철수 및 적화통일용이라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시험까지 예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북핵은 협상용이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밝혔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미국의 대북 적대감 해소를 북핵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들었다. 한·미 양국의 대북 인식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8년 북한이 첫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일은 북한의 ICBM에 대비해 미사일방어체계(MD) 협력을 시작했는데, 김대중 정부는 북한 주장대로 인공위성이라고 믿었고, 5억 달러까지 송금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11월 로스앤젤레스에서 “핵이 외부 위협에 대한 억제수단이라는 북의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말해 백악관에 비상이 걸린 적도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네오콘들은 북한을 악의 체제로 규정해 북핵협상 무용론을 펴며 레짐 체인지론을 주장했다. 노 정부는 그들을 저승사자 대하듯 했는데 요즘 생각해보니, 결과적으로 네오콘의 대북 인식이 옳았다. 북핵 해법은 체제 교체밖에 없다는 것은 선견(先見)이었다. 그 사이 북핵 위협은 더 커졌고,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이 ‘전쟁만은 막겠다’고 하는 것은 ‘내 임기 동안만 충돌 없이 넘기겠다’는 이기심과 다름없다. 하루빨리 한·미 양국은 북핵 눈높이를 맞추고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북핵 개발 수준을 감안할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북핵을 묵인한 상태에서 김정은의 협박에 굴종하며 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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