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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로나온 詩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7일(水)
난폭한 청바지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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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에 책을 끼고 가볍게 걷는

여대생의 청바지를

유행이 난폭하게 찢어버리네.



너덜너덜해진 구멍 사이로

흰 무릎이 소심하게 드러나네.

청바지 안으로 자꾸 숨으면서

흰 다리는 마주치는 이들의 눈치를 보는데

청바지만 홀로 과격하네.

쌀쌀한 3월의 바람이

구멍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더듬네.



유행이 시키면 어쩔 수 없이

밥 냄새 고기 냄새를 맡으며 굶어야 한다네.

얼마나 성실하게 굶었는지

날씬한 스키니진이 매일 검사한다네.

칼이 복면도 없이 얼굴에 달려든다 해도

유행이 명령하는 일이라면

고분고분 맡겨야 한다네.



자꾸 쳐다보면 더 찢어질 것 같아

일부러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지만

귀는 자꾸 흘끔거려서

덜 찢어진 청바지는 더욱 과감해지고

찢어지는 소리는 계속 들려오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약력 : 1957년 경기 안양 출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태아의 잠’ ‘갈라진다 갈라진다’ 등 출간.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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