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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7일(水)
디지털뱅킹 시대…그래도 핵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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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NH농협은행장

종이통장 발급은 선택 사항이 됐고 전자 금융거래는 필수 사항으로 변한 세상이다. 처음 입사했던 1986년과 인터넷은행 시대를 맞이한 2017년까지 30여 년을 돌이켜보면, 국내 은행들은 많은 변화를 겪으며 성장해왔다.

1980년대 금융자유화와 1990년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선두권 은행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은행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시기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 시스템 도입이다. 기존 수기 예금원장들은 중앙 전산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고, 2∼3일씩 걸리던 송금이 2시간 이내로 가능해진 것이다. 선진 금융 기술의 상징이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도입도 빼놓을 수 없다. 은행 창구가 아니더라도, 은행 문이 닫힌 밤에도 돈을 찾을 수 있는 ATM 도입은 창구 배치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텔레뱅킹과 인터넷뱅킹은 은행에 가지 않고도 전화나 PC를 가지고 어디서나 은행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 변화로 여겨졌다. 이후 스마트폰과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인터넷뱅킹은 더욱 고도화·일상화했으며, 더 나아가 모바일뱅킹이 시작되고 지금의 인터넷 전문은행까지 출범했다.

지난 4월에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간편한 비대면 계좌 개설, 24시간 영업, 금리 경쟁력 등을 무기로 은행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돌풍에 기존 은행들은 경쟁력 있는 신상품과 서비스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예금 적금 금리를 올리고 대출한도를 높이거나 금리를 내리는 방식을 넘어 신사업 진출, 이종 산업이 결합된 금융 상품 출시, 일상생활과 핀테크 기술을 결합한 모바일뱅킹 등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그것과 달리 기기들이 지능화하고 만물이 집약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문명사적 변화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은행의 변화들은 획기적일 것이다. 이미 금융 업종의 일부 회사는 스스로 IT 회사라고 선언하며 변화를 시작했고 일부 해외은행 지점에는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해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 선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뱅킹은 단순한 하나의 온라인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고객과 은행이 상호작용했던 모든 채널,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통합적으로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이 될 것이다. 또한, 고객 서비스는 온·오프라인의 고객 행동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은 단순한 통계분석의 도구를 넘어서는 고객 통합 프레임워크가 돼야 한다.

디지털뱅킹 시대 영업점의 역할 또한 이슈가 되고 있다. 물리적인 지점이 얼마나 필요할지에 대한 판단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지점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관점에서 지점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다. 고객의 편리성과 고객 이해에 기반을 둔 지점 운영이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고객은 은행으로부터 금융 상품과 서비스만을 바라진 않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미래의 디지털뱅킹 시대에도 고객 서비스의 핵심은 사람이다. 요즘 금융기관들이 IT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사람의 감성이 없는 기술이나 서비스는 퇴보한다. IT와 금융에 감성을 더한 고객 서비스, 즉 사람 냄새와 체온이 함께 느껴지는 디지털뱅킹, 우리가 마음속으로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은행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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