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은 10·4 선언과 군사회담·特使 매달릴 때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 완성이 코 앞에 닥쳤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2007년 노무현·김정일 사이의 10·4 정상선언을 신줏단지처럼 떠받들며 북한 김정은을 향해 대화와 평화를 구걸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10·4 선언 10주년을 기념하고 싶어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결코 그럴 상황이 아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미 동맹 배제 및 국가보안법 등 안보 장치 해체, 평화수역이라는 미명으로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북한에 대한 대대적 지원 등을 담고 있어 당시에도 큰 논란이 제기됐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양상을 보면 10·4 선언의 ‘핵 문제’ 조항은 북측의 속임수였음이 명백해졌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26일 열린 10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해 “10·4 선언 합의 중 많은 것이 지금도 이행 가능한 것”이라면서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해 군사회담의 복원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언 이행은 곧 대대적 대북 지원을 의미한다. 당시 북측조차 “실행가능한 것이냐”고 의구심을 표했을 정도다. 또 군사회담 제의는 이미 북한으로부터 묵살당하고, 미국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것인데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베를린 선언을 통해 휴전협정 64주년(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제의했고, 이에 따라 국방부가 7월 17일 군사회담을 요구했으나 철저히 무시당했다.

문 대통령 면전에서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월 한국 정부의 군사회담 제의에) 엄청나게 불쾌해 했고,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한·미 인식 차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보여준다. 현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더 위중해졌다. 한·미 갈등도 커졌을 수 있다. 미국의 항의가 아니더라도 더 이상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7일 청와대 회동에서 대북 특사(特使) 파견을 제안하겠다고 한다. 여권의 안보관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