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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7일(水)
양대 지침 폐기…노동개혁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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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

인간의 존엄성은 일자리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과 청년고용을 앞에 내세운 신정부에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각론을 들여다보면 민간기업의 일자리를 갉아먹는 노동정책 일색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나 통상임금 확대 적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모두 인건비를 상승시킨다.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일단 고용하면 이익과 상관없이 인건비는 나간다. 여기에 인건비가 올라가면 원가경쟁력은 약해진다. 고용을 덜 하면 그나마 인건비 상승의 충격은 줄일 수 있다.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들은 사업을 접고, 일자리도 함께 사라진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퇴출의 문을 활짝 열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방적인 친(親)노동정책은 기업과 경영자를 소외시켜 고용과 투자를 기피하게 만든다. 신규 채용 근로자가 회사에 기여하는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간다면 고용하지 않는 게 경제의 기초 상식이다. 성과가 저조한 사람을 대체하거나 보상 체계를 조정할 수 있어야 회사는 부담 없이 고용하고, 근로자도 성과에 걸맞은 보상으로 일하는 성취감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렵사리 만든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폐기했다. 공정인사 지침은 일반해고를 허용해 저(低)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지침이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양대 노동지침’으로 우리나라의 노동개혁이 어렵게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독일도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경제적으로 총체적 난국을 경험했다.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노동계 반발로 선거에 불리함을 감수하고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다. 인기 영합의 유혹을 뿌리친 슈뢰더 총리는 총선에서 패배해 조기 퇴진해야 하는 아픔을 겼었다. 하지만 그의 정책은 새로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의해 빛을 발했다. 비록 정권은 바뀌었으나 기업의 성장과 고용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국가 지도자의 사명은 같았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 정권이 시작한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하고 발전시킴으로써 독일은 유럽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섰다. 독일 국민도 정적(政敵)인 슈뢰더 총리의 노동개혁을 계승한 메르켈에게 장기 집권이라는 선물로 화답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포용력과 대승적 결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근로자 편에 서서 기업을 홀대하면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그리고 우리 경제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바라보려니 암울하다.

한때 북미 최대의 자동차 도시였던 디트로이트를 상기해 보자. 디트로이트에는 회사를 압박해서 퇴직자에게 막대한 의료비를 지원하게 한 것으로 악명 높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있었다. 일본 차 점유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와중에도 노조원과 퇴직자를 지원하고 투자를 지연시킨 자동차 산업은 그대로 무너졌다. 디트로이트 가정의 평균 수입은 반토막 났고, 시 재정은 바닥나서 빚으로 버티다 파산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고용 창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다른 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는 디트로이트를 찾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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