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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8일(木)
科技 인사 실패와 ‘숨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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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4차 산업혁명으로 혁신형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계 고위직 인사가 수렁에 빠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는 창조과학, 뉴라이트 역사관 등 잡음만 남긴 채 국회 인사청문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20조 원을 주무르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첫 임명자도 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 끝에 나흘 만에 사퇴했다.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헌법상 대통령 직속기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차관급)에 임명된 물리학과 교수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면허취소 처분을 받아 공무원 결격사유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는 한 언론에 “공무원도 아니고 봉사직에 가까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역시 국가 과학기술 예산과 정책을 총괄 심의·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미생물학자는 데이터 조작과 중복 사용으로 논문이 철회된 전력이 있는데도 청와대는 “검증 과정에서 알았지만, 연구 성과 및 후진 양성 등 여러 덕목 때문에 뽑았다”고 해명했다. 도대체 다른 분야도 아니고 합리와 이성, 객관과 투명이 내부 체질로 자리 잡아야 마땅할 과학기술계에 유독 이 정부 들어 왜 이렇게 부적격 인사(人士)가 많을까.

시중에는 과학계 인사를 산꼭대기에서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 ‘손’과 학연·지연으로 얽힌 매우 편협한 인재 풀이 가동되다 보니 검증 절차가 부실하고, 다소 흠결이 있더라도 ‘그만한 사람 없다’는 덮개로 대충 가리고 지나가려 한다는 비판이다. 문제는 이런 행태 자체를 현장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마음속 깊이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안 그래도 창조경제형 연구·개발 독려로 한 차례 멍들었던 국내 과기계는 이번에야말로 ‘과학을 위한, 과학에 의한, 과학적인’ 국가 지원체계가 만들어지길 학수고대했다. 그런데 반년이 다돼 가는 ‘4차 산업혁명 정부’의 사람 쓰는 솜씨가 결국 이 정도임이 만천하에 드러나 버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장의 31%도 여전히 200일 이상 공석 상태다. 장기간 업무 공백이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로 또다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친소 관계에 따른 편협한 인재 기용이 실패의 근인(近因)이라면,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열의 부족은 원인(遠因)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와 내각에 인권을 따지는 시민학자나 안보 대화론자는 많지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정신없이 돌아가는 테크놀로지의 흐름을 정확히 꿰고 있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10년 보수(保守)를 궤멸시키고 10년 진보(進步) 정권을 다지자는 이념의 결기는 충만한데, 청년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줄 신산업의 극적인 변화를 정면으로 마주 보려는 의지는 빈약하다.

역작 ‘호모데우스’로 인류사의 미래를 대담하게 예언한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경고했다. “정부라는 거북이는 기술이란 토끼를 따라잡지 못한다.(중략) 21세기에 전통적인 정치구조들이 유의미한 비전을 생산할 만큼 빨리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새롭고 더 효율적인 구조들이 진화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nosr@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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