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는 파격 감세, 中은 기업가정신 고취, 한국만 逆주행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이 27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일거에 내리는 파격적인 감세안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개편안을 직접 발표하면서 “역사적인 감세로 미국에 기업과 고용을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법인세율이 가장 높아 기업의 원성을 사왔다. 미 행정부는 기업이 해외에서 창출한 소득을 들여올 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도 손보기로 했다. 미국 기업의 해외 보유자금은 2조5000억 달러를 헤아린다. 기업의 기를 살려줄 이번 방안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더 확산시켜, 고용을 늘릴 촉매제가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가위 ‘법인세 인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 앞서 일본이 최근 10년 간 법인세율을 13.5%포인트 낮추자 해외 진출 기업이 되돌아오고 있다. 영국도 19%로 10년간 11%포인트 떨어뜨렸는데, 더 내릴 계획이다. 이탈리아 기업 피아트가 세법상 주소지를 영국으로 옮긴 배경이다. 투자처를 물색하는 기업들에 법인세율은 그 나라 기업정책의 가늠자가 된다. 법인세율을 낮추더라도 투자가 늘면 세수는 플러스가 된다. 일자리도 따라온다. 유독 문재인 정부가 22% 세율을 25%로 올리겠다고 하자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로 올리면 국내 자본이 국외로 29조 원 빠져나가고, 법인세수는 최대 2조3000억 원 줄어들 거라고 추산했다. ‘바보 증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1949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기업가정신을 장려하는 공식 지침을 지난 25일 발표했다. 10개 항목, 29개 세부 지침으로 구성된 문건은 기업인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 주요 정책 도입 시 기업인 의사 적극 반영 등의 내용을 담았다. 사회주의 국가까지 기업가정신 고취에 나서는 판에 한국만 역(逆)주행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파견 규제 강화 등 반(反)기업 정책이 즐비하다. 노동개혁은 실종되고, 탈원전과 SOC 예산 축소 등 산업 경쟁력 자해(自害)까지 자행되고 있다. 10년째 국가경쟁력의 후퇴·정체를 겪는 한국이 기업을 내치는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문 대통령의 혁신성장은 더 공허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