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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8일(木)
개인과 국가 ‘책임 분담’ 필요한 健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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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종교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 피정을 위해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고민은, 넓은 야외 공간에 어떻게 수백 개의 좌석을 펼쳐 놓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행사 주최 측은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냈다. 그것은 참석자들이 입장할 때 각자 자기가 앉을 접이식 의자를 하나씩 들고 가서 주최 측이 바닥에 그려 놓은 선에 맞춰 앉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주최 측이 사전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수백 개의 의자를 배열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많은 사회문제에도 이런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큰 그림을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을 지휘하는 정부가 역할은 하되, 기본적으로 자신과 공동체에 대해 책임감 있고 성숙한 도덕적 주체로서의 국민이 각자 자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분담할 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원리 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 분석을 보면, 비급여 해소 등 건보(健保) 보장성을 확대하면 고령화 등에 따라 의료 서비스 소비의 확대와 이에 대한 공적 지원으로 당장 2019년부터 건보 재정 적자가 시작되고, 그 폭이 급속히 커져서 2026년에는 재정 고갈 상태가 된다.

정부의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르면, 2022년까지 약 30조6000억 원을 들여 환자의 의료비 부담률을 37%에서 30%까지 줄이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엄격하게 추계할 때 소요 재원이 30조 원이 아니라 60조 원까지 투입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건보 보장성이 강화되면 재정 적자는 커지고 곧 따라올 재정고갈에 따라 혈세 보전의 폭은 불가피하게 점점 증가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의료 서비스의 주된 수요자가 고령자임을 고려하면, 이는 미래에 열심히 일하는 노동 계층이 세금을 내고 고령자인 현재 세대가 이를 미리 쓰는, 전형적인 ‘현재 세대에 의한 미래 세대의 착취(exploitation)’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대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이다.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사회 공동체가 공적부조의 정신으로 함께 치료의 부담을 떠안음으로써 전 국민이 질병에 의한 빈곤으로부터 보호받고 일정 수준의 의료 서비스에 조건 없이 접근 가능한 헬스 케어 시스템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

다만, 여기에서 건강을 비롯한 각자의 삶과 역할에 대한 국민 스스로의 주도권과 책임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개인들의 행동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조정한 후, 부족한 부분을 공적(公的) 조직과 재원으로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개인들의 주체적 활동은 방해하고 정부가 모든 일을 직접하겠다고 나서면 사회적으로 큰 비용과 불공평을 초래하게 된다.

건강 문제에 있어서도 예방의학의 관점에서 각자 개인의 생활로 통제할 수 있고 책임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영역이 상당히 있다. 이런 영역에서 정부는 국민과 시장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적정한 의료 서비스가 공급되도록 제도적 보조를 하는 게 맞다. 이런 부분에까지 정부가 건보 급여화를 통해 직접 개입해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려 들면 건보 재정이 급속히 악화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서비스가 소요되는 등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을 키우는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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