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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9일(金)
추석 당일, 아버님 모시고 2인 플레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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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소나타 가을이면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들리는 듯한 골프 코스입니다. 강 저 멀리에 은은하게 빛나는 황혼의 기쁨은 음악으로, 시로 연주됩니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이번 추석 연휴는 무려 10일이나 된다. 골프를 좋아하는 지인끼리 커피숍에서 만나 이 긴 연휴에 골프나 즐기자고 의기투합했다.

지인 A는 아주 특별한 약속이 있다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사연인즉 추석 당일 아버지와 함께 공중목욕탕에 가고, 함께 골프를 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추석 당일엔 골프장 손님이 많지 않아 2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또 천천히 진행해도 눈치 볼 일이 없다면서 미안함을 전했다. 지인들은 잠시 숙연해졌다.

며칠만 지나면 우리 최고의 명절 추석이다. 1년 중 보름달이 가장 큰 날이다. 예전엔 솔잎을 말리고, 햅쌀을 찧어 솔향 가득한 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한 달 전부터 차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명절에 대한 설렘과 기다림은 어린아이들의 몫이었다. 담 밖으로 삐죽 올라와 넘겨다보는 해바라기만큼이나 목을 빼고 날짜를 세는 아이들에겐 추석은 즐거운 날이었다. 추석 전날 함지박만 한 보름달 빛을 받으면서 고향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이효석의 소설 속처럼 달빛을 받은 메밀꽃은 하얀 소금 꽃으로 흔들리며 귀향을 환영했다. 마흔 중반이 넘은 중년이라면 한 번씩은 경험했을 추석 풍경이다.

하지만 어른이 돼 맞이하는 추석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형제애는 점점 사라지고 설렘과 기다림 대신 걱정이 쌓인다. 어서 빨리 추석이 지나기를 더 바라는지도 모른다. 솔향 가득했던 떡 대신 참기름 잔뜩 바른 떡집 송편이 올라온다. 추석날 가족끼리 싸우지 않고 아주 조용히 지나가면 다행이다.

지인 A는 그런 추석이 싫어 아버지를 모시고 그날을 조용히 보낸단다. 아버지와 함께할 분들은 모두 돌아가셨거나 거동이 어려워 함께 운동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A는 그저 아버지와 매년 추석 때 함께 목욕하고 골프를 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고 말한다. 4시간이 아니라 8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함께 계속 필드에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단다.

아버지는 아들이 잘났다고 하면 기뻐하고, 형은 아우가 더 낫다고 하면 노한다고 한다. 아버지와 형제는 이렇게 다르다. 함께 자리했던 지인들은 더는 골프 라운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G 허버트는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백 사람의 선생보다 낫다”고 말했다. A의 말은 많은 울림을 줬다. 우린 단체 SNS 방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내년부터는 A의 아버지를 위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추석날 함께 라운드를 해드리자고. 그 약속이 참 오랫동안 지켜졌으면 좋겠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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